-
-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남부) - 당신이 몰랐던 숨겨진 프랑스 이야기(빛과 매혹의 남부) ㅣ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마르시아 드상티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홍익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를 사랑했던 역대급 작가라면 헤밍웨이가 떠오른다. 그의 책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어보면 그의 파리사랑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가 선물하는 경험' 운운하는 이 책의 작가 역시 그에 못지않은 프랑스 성애자인듯 하다. 그야말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 자신의 사랑을 듬뿍 담아 이 책을 쓰고 있다. 여행지에 대한 깊이에 있어서나, 그 폭에 있어서나 어느 하나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그녀의 감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작은 읍내라 할지라도 한 곳 한 곳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을 뿐아니라, 한 곳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은 욕심 또한 드러내보이고 있는 책이었다.
사실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많은 사진을 들여다봐도,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 자리, 그 배경에 실재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오감'의 향연 같은 것 말이다.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장소의 공기와 소리들과 혹은 고요함 같은 것들. 그 놓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작가는 최대한 쓰고싶어 한다. 자신처럼 독자들도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친구에게 흙에서 어쩌면 이렇게 고귀한 향이 나느냐고 물었다. 흙에서는 유칼립투스, 솔, 마른 나뭇가지, 포도나무 냄새가 났다." (105쪽)
이런 문장을 읽고 생 오노레 섬에 있는 레랭 수도원의 흙길을 걷고싶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녀만의 예쁘고 독창적인 표현들도 책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섬을 '해변의 여백이 일상인 곳'이라고 한다거나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비행중이었다. 모든 것이 공기 중에,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시간도 그렇다.'. 시간이 비행중인 곳은 어떤 곳일까, 절로 궁굼해진다.
어떤 책을 읽든 새롭게 알게되는 객관적인 사실들은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주곤 하는데, 이 책이 들려준 압생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신선했고 재미있엇다. 압생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고나 할까? 반 고흐가 그 독한 압생트를 하루에 무려 3L나 마셨다거나, 이 술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었던 법이 폐지된 것이 불과 얼마전(2011년)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들..
앙티브라는 곳에서 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여기에 실존적 질문이 있고, 폭력적 역사가 있으며, 아름다운 풍광이 있다.'. 사실 프랑스 많은 곳들이 무가치하고 잔혹한 오래전의, 혹은 얼마전의 전쟁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음식 소개에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하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서는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때론 난파된 역사 속으로 삼켜져 버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프랑스..'라며 벼르고 있으니 남프랑스 여행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 곳까지 가려는 마음이 없더라도 한가한 오전의 까페에서, 조금은 나른하고 달콤한 음악을 흘려들으며 읽으며 프랑스와 사랑에 빠져봐도 좋을 것 같다. 제목처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남프랑스의 거의 모든 곳,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