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요즈음의 미스터리물들은 너무나도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어 귀신이야기나 거창한 모험물 같은 것들보다 훨씬 마음이 조여지고 한편 섬뜩하다. 끔찍한 사건(사고)와 얽힌 이야기들이 언제라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니 말이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이 소설 역시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이는 한 여고생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죽은 소녀의 엄마, 아빠, 오빠 그리고 여동생은 각각 그 죽음에 대해 나름의 추리를 하는데... 생전의 그녀가 절대로 곧이곧대로의 자신을 가족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만큼 그 추리는 뿔뿔이 흩어져나가고,  그러는 가운데서 조금씩 조금씩 소녀가 처했던 비극적인 상황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그 비극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거의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이어서, 게다가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네의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자신의 생각을 '절대로' 말하지 못했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심과 기대가 지나칠 때, 그것을 받아내야 하는 '착한' 아이들의 부담이 어떤 것인지를 작가는 죽은 소녀 리디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추리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지는 픽션이지만 작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 특별히 가족간의 관계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자식을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합리한 일이지만, 나아가 그 부모와 자식의 삶을 직접적으로 좀먹는다는 점에서 끔찍한 파국에 이를수도 있을만큼 위험하다. 자식의 생활을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으면서 편리한대로 해석하고, 불필요하게 장악하려 하는 일은 또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인가.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부모의 심정 또한 일정 부분 절실히 공감되기도 했고, 내가 원치않는 관심 때문에 나자신과 엄마의 입장 사이에서 조금은 어려움을 겪었던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리디아의 입장 또한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내 마음이 뻐근했다. 추리소설 혹은 스릴러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차치하고라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론적인 교육서들도 있겠지만 때로는 소설 한 편이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미국 내의 인종문제나 가족 내에서의 차별문제 등등 우리 곁에 상존하는 어둠의 징조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소설이다.

엄마, 아빠에게 '우승상품으로 받은 꽃'같았던 아이, 리디아의 죽음을 기리며, 리디아를 닮은 우리 주변의 많은 딸들이 용기있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