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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ㅣ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유행하는 어떤 것, 떠오르는 표제어, 유독 반복되는 사회현상이나 필요성 이상으로 유혹적으로 느껴지는 문화현상 등등에서 우리는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사소하고 단편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당대의 세상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을테니까. 자타공인 한 知性하시는 정재승, 진중권이 모두 21개의 키워드를 놓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이 책은 깊은 지식의 대결이라기보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소소한 관심사에 대한 생각나누기 정도로 가볍게 읽을만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같은 이야기로 나아가기도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같은 점에서 출발하는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으로 끝나기도 해서 시종 흥미롭게 읽혔다. 한편으로는 어떤 주제어에 대해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쓰고자 할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지, 하는 글쓰기에 대한 교본처럼 읽히기도 했다.
*책 속에서
구글/정재승/ "그들이 과연 꿈꾸는 세상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과 회의가 적다. 프로그램 개발자와 통계 전공자들로 가득 찬, 그래서 대부분이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전 세계 검색 포털 사이트 회사들과 달리, 구글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불러 모아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리포트/진중권/ "예측과 예방은 그것이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낸다. 질병과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새로운 고통과 새로운 범죄, 새로운 의료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헬로키티/정재승/ "키티의 표정이 오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입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 눈이 아무런 감정 상태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덕분에 사람들은 키티의 눈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다양하게 감정을 읽는다."
셀카/정재승/ "내가 찍는데도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왜곡된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세라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욕망의 기록'이다."
쌍꺼풀수술/진중권/ "공동체에 원만히 입성하려면 칼의 세리머니가 필요하다. 사회의 온전한 성원이 되기 위해, 유대인 남성은 성기에 할례를 받고 한국인 여성은 눈두덩에 할례를 받는다."
앤절리나 졸리/진중권/ "졸리의 존재미학은 도덕울 유습게보는 개별자의 절대적 자유를 가지고 더 높은 사회적 윤리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데 그 요체가 있다. (중략) 모든 것을 혼자 소유하는 속된 탐욕의 쾌락주의도 아니고, 모든 것을 헌납하고 빈자의 삶을 살아가는 답답한 금욕주의도 아니다. 그녀는 이런 상투성의 경계에서 스틱을 당겨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생수/정재승/ "생수 한 병을 마시는 것은 자동차 1키로미터를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환경에 영향을 주며, 생수 1리터를 만드는 것이 같은 양의 수돗물을 생산할 때보다 60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중략) 그다지 몸에 좋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지구에 유익하지도 않지만, 생수는 이제 휴대전화처럼 '패션 액세서리'가 됐으며..."
9시 뉴스/정재승/ "9시 뉴스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그날 있었던 스포츠 경기 스코아보다 더 하찮게 여겨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에게 일깨워주는 고독한 시간이다."
레고/정재승/ ' 그러나 나 같은 21세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은 장난감은 레고가 아니다. 조립해 쌓는 레고와 함께 '깍고 조각하는 톱다운 top down 식 장난감을 나란히 가지고 놀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작은 블록에서 세상을 쌓아가는 분석적 사고와 함께, 큰 밑그림에서 세부적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적 사고도 다음 세대에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