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름맞이 이벤트, 스릴러읽기의 첫 책은 서평도서로 받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살인을 정당화해주는 듯한 '죽여 마땅한 사람'이란 말은 좀 섬뜩하다. 그리고 출판사 홍보문구 "마치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느새 당신은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를 읽으며 과연 그럴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릴리, 그녀는 이미 13살 나이에 '죽여 마땅한' 한 남자를 치밀한 계획 하에 대담하게 살해한다. 이후 욕망(돈), 불륜, 배신이 뒤엉키며 죽이려는 자들 사이에 반전이 거듭된다.
1부, '비행기 여행이라는 특별한 거품 속에서' 테드와 릴리는 만난다. 아내의 불륜으로 고민하는 테드에게 릴리는 살인을 권한다, 자신이 돕겠다면서.
2부에서는 테드의 아내 미란다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녀는 남편을 살해하고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불륜 상대는 남편의 살인에 이용할 도구일 뿐이다. 아내는 남편을 노리고, 남편은 아내를 노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선수를 친 사람은?
3부에서는 살인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 꼬리가 잡히지 않는 릴리와 그를 쫓아 서성이는 킴볼형사가 중심인물이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킴볼형사는 결국 개인적으로 릴리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책장이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릴리의 계획이 멋지게 성공하기를.. 하며 조마조마해 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이런, 나도 어느새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었으니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다.
책 속에서 릴리는 말한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먼저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예를 들어 당신 부인은 죽어 마땅한 부류같은데요." (48쪽)
물론 터무니 없는 논리이다. 생사를 가르는 판단을 자신이 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가. 사람의 존재 이유를 그의 도덕성 한가지만으로 결정해버린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결국 릴리의 이런 말도 안되는 가치는 거의 성공하는 듯 보인다. 아무리 무의식중에 독자들이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건 좀...
하지만 여기 마지막 반전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릴리를 응원하던 독자들은 안타까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집중력 최고의 악녀 이야기 <죽여 마땅한 사람들>. 잠시 윤리의식 따위, 더위 따위 날려버리고 그저 픽션으로서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