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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깃구깃 육체백과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육체백과'라는 부분만 읽으면 마치 건강 상식모음 처럼 들리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표지 그림과 '구깃구깃'이라는 장식어를 함께 읽는다면 뭔가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책이다. 저자가 <카모메 식당>으로 잘 알려졌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역시 건강과 관련된 책으로 묶여서는 안될거라는 생각이 더 확실해진다.
늘 편안함을 주는 작가의 소설들을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아하.. 이래서 '구깃구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미 환갑이 지난 작가가 조금씩 나이들어 말 그대로 살금살금 구겨져가고 있는 자신의 몸, 정확히는 56곳의 신체 부위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적어내려간다. '가감없이'라고 쓸 수 있을만큼 때로는 조금 민망한 이야기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쓱쓱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 몸이 구겨져가는 걸 느끼는, 그러면서도 마음은 늘 청춘을 지향하는 많은 중노년층 들에게 조금은 덜 심각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소설들처럼 사랑스럽고, 따뜻한 미소가 감도는 한 편 한 편. 그러면서도 때로는 무리하게 '젊음'을 지향하는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몸 에세이를 읽어내려가다보면 누구라도 조금씩 늙어가고, 기능이 무뎌지는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한 뼘쯤 더 애정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굳이 들여다보지 않던 아주 작은 부분도 '아하. 너도 늘 나랑 함께 살아왔었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바라봐주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항상 불완전하고, 끊임없이 나의 '돌봄'을 요구해대는 나의 몸, 어쩌면 나 자신이기도 한 나의 몸이 나의 일상과 같은 무게로 작은 사색과 감동의 우물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에세이 <구깃구깃 육체백과>를 읽으며 배웠다. 비록 조금씩 구겨져가고 있는 몸이지만, 조금 더 자상한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