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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어느 시대에나 착취와 피착취의 구조는 늘 있어왔다. 특별히 그런 구조가 극에 달했던 식민지 시대를 온 몸으로 통과해 온 점례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왜? 나라없는 백성이 되었는가? 언제까지나 이러고 살아야 되는 걸까? 아무런 해답도, 전망도 가지지 못한 채 휘둘리며 살아야 했던 그녀였다. 결국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 아버지에게서 세 자녀를 둔 점례. 이 세 아이의 출생은 우리의 아픈 한 시절을 각각 드러내보인다. 하지만 세 자식을 위해 어떻게든 삶을 꾸리고 그들을 키워내는 이야기는 점례 한 사람으로서는 실패의 역사이면서 한편으론 성공의 역사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늘 긴밀히 이어진 과거로 인해 각성되고 방해받는다. 언제라도 끊임없이 끼어드는 과거들로 휘청이며 살아가는 현재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걸어왔고 또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일까, 이제 나이 든 그녀는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글로 써내려가는 것을 '현재'의 일로 삼기로 한다. 그렇게 <황토>의 이야기는 완성된다.
"나를 자신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누구라도 자살을 결정해선 안된다. 그건 곧 '살인'이 되니까"
"의심을 받는 진실의 억울함보다 믿음 앞에서 거짓을 비밀로 감추는 괴로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중략) 그 사람의 믿음은 그대로 남고, 그 믿음을 속인 아픔도 그대로 남아 20년의 세월이 바람결인듯 흘러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