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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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속 에피소드 혹은 역사적 은유, 사실과 진실 사이의 그 무엇들...

이 모든 것들이 한 작가의 손에서 교묘히 엮여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라고 선언적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쨋든 내가 받은 최종적인 인상은 그렇다.


에덴동산이라는 고원에서 쫓겨나 강가로 이동하는 우리 조상의 모습에서 최초의 농업혁명과 연관된 이동을 떠올렸고, 문자의 발명과 법령의 등장과 모세 이야기가 겹쳐지기도 했다.


아무튼 시작은 이렇다. 모두가 알다시피 카인은 아벨의 재물만을 기꺼이 받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젠채하는 아벨의 태도에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그는 망보는 자도 훔치는 자도 모두 도둑이라며 하나님에게 당당히 공동책임을 묻는다. "여호와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아벨을 죽인다." (42)라고까지 말하는 카인. 결국 하나님은 카인의 이마에 유죄의 증표이자 동시에 보호의 증표를 내린다. 그리고 카인은 이 표식을 지닌채 시공간을 넘나들며 구약에 나오는 여러 사건 현장에 등장해 상황에 참여하고, 지켜보고, 하나님께 설명을 요구한다.


'의식도 없이, 책임도 없이, 죄책감도 없이' 황야에서 첫 밤을 보내고 놋 땅에서 진흙밟는 사람이 되었다가 나귀를 타고 떠나 또다른 현재 속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을 만나고, 또다른 현재에서 바벨탑을 쌓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 카인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태도에 대해 회의한다. 피조물의 호기심을 단죄하고, 끊임없이 그들의 믿음을 의심하고, 질투하는 하나님에 대해.


"인류의 역사는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오해의 역사이니, 하나님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6)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163)


"꼭 사탄이 여호와의 또다른 도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요. 하나님이 자신의 이름을 넣고 싶어하지 않는 더러운 일을 하는 도구 말이예요." (169)


마침내 노아의 방주에 동승하게된 카인은 하나님을 향한 최후의 일격을 가하게 되는데...



읽는 내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작가의 유머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환상적인 내용을 시침 뚝 떼고 덤덤하게 써내려간 것 자체가 가장 결정적인 유머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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