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연일 화제가 되고있는 요즈음, 과학 기술의 발전이 과연 우리를 어떤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적어도 神 혹은 우주의 섭리에 도전할 정도의 무모한 진보가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여러 영화나 책 등을 통해 비관적으로 그려져와서인지,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소설 <나를 보내지마>는인간 클론(clone)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장기이식에 필요한 복제인간을 키우는데, 이들은 몇 번의 장기 이식에 사용된 후 폐기되는 운명을 지닌다.


클론 : <생물> 단일 세포 또는 개체로부터 무성 증식으로 생긴,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군. 또는 그런 개체군.     (네이버 국어사전)


동일한 세포군... 당연히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기억과 정신세계와 의식을 가진다. 단순 소비재일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주로 영국 시골마을의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평범해보이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어렴풋한 비밀을 공유한다. 10대들에게 때론 매력적인 '비밀', 그들의 사랑과 性 그리고 슬픈 운명이 가느다란 붓으로 그려진듯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전체 그림은 뭔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바깥 세상에서 클론으로서의 운명과 똑바로 마주선 인물들에게 지난 과거는 세세한 순간까지도 아로새겨져 있지만, 결국 그 모든 감정의 흔들림들이 더이상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된다. 그럼에도 그 곳에서의 삶을 아름다웠고,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어 단 한번뿐인 삶이었기에 책을 덮는 마음은 참 쓸쓸하였다.


꼭 클론 이야기일 필요도 없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조장되고 소비되는 삶은 분명 우리 가까이에 있다.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 타인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점점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같다. 그리고 언젠가 인간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인간 클론이 실재하게 된다해도, 적어도 이 책에서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될거란 생각을 해본다. 단지 다른 개체를 위해 소비되기 위한 삶은 의식이 있는 '인간'에게 있어 너무나 참혹한 일이기 때문이다.


성장소설과도 같은 잔잔한 십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편으로 인간의 '존엄'과 '의식'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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