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다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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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작가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들리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제에서 밝혔듯이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통해 가짜 자유, 자유의 환영과 진정한 자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읽기에 쉽고 명쾌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간의 수형생활과 군생활을 지내며 자유의 문제에 대해 깊게  사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형생활을 기록한 <죽음의 집의 기록>과 <죄와 벌>을 중심으로 한 1부에서는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하는 행위 들은 어떤 것인지, 그 행위들의 의미는 무언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기서 저자는 돈, 도박, 술 등과 같이 본능으로서의 자유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일시적으로 자유롭다는 느낌만을 주는 자유의 환영이라고 말한다. 식욕과 성욕처럼 본능으로서의 '자유욕'보다 중요한 가치로서의 자유 추구는 본능의 억제를 요구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러한 자유를 '진정한 자유'라고 불렀다. 진정한 자유란 궁극에 가서는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인간이 스스로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도덕적 상태를 획득할 정도로 자아를 극복하고 자신의 의지를 극복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자유의 환영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가짜 자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자유의 환영을 극한까지 쫓는 인물들은 겉보기에는 자유를 획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욕의 실현 과정에서 극단적이 이기주의 를 드러내고, 인간성과 도덕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부자유의 화신, 가짜 자유인이라고 불릴수 있으며, 그들은 결국 '자유인의 환영'이라고 말한다. 문학 작품에서 우리에게 자유인의 상징처럼 보이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조르바에게 자유란 오로지 자유욕이며, 시간은 그 자유욕의 실현을 방해하는 힘일 따름이다. (略) 그는 자유욕을 실현하기 위해 시간과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그 전투에서 이기려면 돈과 건강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손년 딸 나이의 여성과 결혼하여 회심의 미소를 짓는 조르바의 자유는 남성적이고 전투적이고 험오스럽다. 나이에 비해 너무 씩씩한 노인들이 뿜어대는 게걸스러움을 상기시킨다."


조금 과하게 표현된 부분도 있지만... 자연스러움의 미덕은 자유보다 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르바를 읽으며 내내 불편했던걸 이렇게 풀어적어 주다니. 시간을 거스르려는 의지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고, 승리하더라도 찰나적인 승리에 불과한게 아닐까. 그런 싸움은 족쇄일 뿐이고 결코 아름다워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조르바 역시 "자유인의 환영에 불과했던 것이다."


2부에서는 어떻게 진정한 자유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 종교적으로 풀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우주 전체의 거대 질서 정도로 이해하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많은 분량의 메모를 했는데, 소제목만을 적어보자면 1. 다르게 보기. 2. 광장으로 나가기. 3. 시간과 함께 살아가기.의 세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한 자유란 결국 본능의 자유로운 충족과는 정반대되는 사랑과 헌신, 절제와 희생의 삶이라 요약된다."   (329쪽)


우주의 섭리와 시간과 자유, 가장 인간다운 삶에 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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