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 - 지적인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황당하고 뻔뻔한 역사의 착각
안드레아 배럼 지음, 장은재 옮김 / 라의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라고 하더라"는 주장이 어느새 역사의 일부가 되어버리곤 하는데, 이런 만들어진 역사를 영원히 폐기처분하는게 목표라는 작가가 쓴 야심찬 책들 중 한 권이다. 이제껏 써온 책의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목표지향성이 엿보인다. 예를 들면 <현학자의 반란; 왜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대부분이 옳지 않은가?>. 이 책 만큼이나 재미있고 직접적인 작명이다.


먼저 제목을 훓어보면 우리가 그야말로 당연시 해온 상식 문구들 (주로 역사와 관련된)이 즐비하게 나온다. 어라? 이건 진짜아니었어? 이렇게 황당한 마음에 급하게 책장을 열게 만드는 책이다. 다만 서양사와 관련된 내용들인 만큼 (서양사에 그리 정통하지 못한) 내겐 조금 생소하고 '상식'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들도 있긴 했다. 한국사 편이 있다면 모든게 내 상식의 범주에 있는 것들이겠지... 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각각에 대한 설명은 명료하고 간략하게 쓰여져있어 깊이있게 다뤄졌다기 보다는 잘못 인식되거나 엉뚱한 오류에 의해 잘못 전달되어 상식으로 굳어버린 내용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는 노력이 더 커보이는 책이다. 그럼에도 관련된 전문서적이나 역사적 기록을 꼼꼼히 살펴 진실을 규명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책의 특성상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있게 읽는것이 의미를 가지는 책은 아니다. 자신이 흥미있는 부분부터 편안하게 한꼭지씩 읽어가며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각 이야기 끝에 붙인 짤막한 문장들에서 작가의 기지와 유머를 즐길 수도 있었다.


정보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지금도 너무나 쉽게 잘못된 정보가 맞는 이야기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의외로 빠르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혀가는 걸 보면 지난 역사 속 '상식'이라는 것이 모두 믿을만한게 아니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처럼 느껴지는 일 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설이 사실처럼 역사에 슬그머니 끼어들기도 하고 작은 영웅담은 몇 사람, 몇 세대를 거치며 부풀려진다. 그리고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이에 자리잡는다. 이렇듯 상식이란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동시대인들이 공유하는, 혹은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유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흥미있었던 이야기는 '콜로세움에서 기독교도들이 사자에게 던져졌다?', '고다이바 부인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달렸다?', '마타하리는 노련한 스파이였다?' 같은 것들이었다.

고다이바란 이름이 '신의 선물'이란 의미라는 새로운 상식은 보너스, 역시나 쵸콜렛 이름으로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달린 일은 없었다는 사실에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모른다는걸 견딜만하다면 그냥 상식은 상식으로 남겨두는게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을 알고, 더 잔혹하거나 허무한 현실을 안다는게 늘 즐거운 일만은 아닐수도 있으니 말이다. 알고 속고, 모르고 속고...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알고 속겠다!! 하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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