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 표지 그림대로 이 소설은 이런 이야기이다.


작가가 되는 길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스미레에게 나는 유일한 친구이자 남자이다. 그녀는 글을 통해 생각을 하고, 생각하는 모든걸 글로 쓰고싶어한다. 그리고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그 질문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진심으로 요구"한다. 초등교사인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나의 모습을 그녀에게(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노출시키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뮤에게로 향해있다. 지독한 사랑이다. 우연히 만난 17살 연상의 뮤를 만나면서 그녀는 글을 쓰고자하는 욕구를 잊는다. 충만한 사랑이다. 그래서 그녀는 담배를 끊었고, 깨끗한 옷을 입고, 좌우 짝이 제대로 맞는 양말을 신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수많은 아름다운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저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뮤와 함께 유럽으로 떠난다. 이제 예전에 스미레였던 그녀의 일부는 그녀 자신을 떠났다.


뮤 역시도 과거에 혼자 공중 관람차에 갇혔던 밤, 그녀 자신의 한 부분을 떠나보냈다고 한다.


뮤와 낯선 곳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그리스의 작은 섬에 머물던 중 뮤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스미레.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그 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고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뮤를 향한 절대적이던 사랑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진다.


나는 그녀를 찾으러 그리스의 섬까지 가지만 결국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은 항구에 비현실적일만큼 허무하고 단정한 그녀(뮤)의 모습을 남겨두고 돌아온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 지금도 살아가고 잇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심하게 치명적으로 자신을 잃어버렸다 해도, 아무리 중요한 것을 빼앗겼다 해도, 또는 겉면에 한 장의 피부만 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렸다 해도, 우리는 이렇게 묵묵히 삶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상실되어 저쪽 세계로 가버린 나, 그 곳의 수많은 '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쪽 세계에 남겨진 '나'들은 모두 스푸트니크 위성처럼 외로운데...


(옮긴이의 말) 이보다 더 절대적인 고독은 있을 수 없다. 이 소설에서 스푸트니크는 이처럼 우리들의 절대 고독,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의 상실감과 소외를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절대적인 고독감은 소설 속에서 하루키의 처절한 사색과 번민을 통해 예리하게 반영되어 묘사되고 있다."


여러가지로 딱! 하루키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나란히 진행되는 두 개의 세계에 상상, 비현실적으로 정돈된 일상들, 상실감과 고독 속에서 무언가를 쫓는 여정 등등. 그래서 조금은 식상하지만 여전히 하루키적 상상력을 사랑하는 내게는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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