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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이토록 멋진 제목에,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이라는 그토록 멋진 부제를 달고 있다면,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연필 한 자루가 그려진 멋진 표지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미리 체크할 필요도 없겠지, 장석주의 책이 아닌가.
하지만 막상 책을 받고 느낀 첫인상은 컬러링북의 문장판 같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찬 컬러링북을 칠하며 내 것이라 느끼듯, 이 책에 담긴 멋진 문장 들을 필사하며 내 것이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을 것만 같다.
평소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책을 읽고, 부족하나마 자기만의 기록을 해 온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이 필요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필사 책을 만들어보는데 힌트를 주는 책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미덕은 오히려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독자들에게서 잘 발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고르고 고른 문장들은 당연히 누구에게나 멋지다고 느껴질만한 것들이니 읽어보고 자신에게 특별히 공명하는 문장이 담긴 책이나 그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어본다면 조금은 쉽게 코드에 맞는 책을 고를수 있지 않을까.
책 속의 시 한 편을 필사하고, 그대로 친구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 친구라면 분명 이 책을 잘 활용해 줄 것만 같아 벌써 기쁜 마음이 든다.
(128쪽) 대추 한 알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볓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