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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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 흔해서 그 물질적 가치란게 거의 없어진 책, 하지만 불과 몇백년 전 만해도 책은 수도원이나 귀족들만이 겨우 소유할 수 있는 귀한 것이었다. 한 권의 책 안에는 양 여러마리의 목숨과 필경사들이 견뎌내야했던 고독하고 긴 시간이 깃들어 있었고, 더불어 화가들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으며, 그 내용은 우주의 섭리 말하자면 신의 말씀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후 조금씩 일반인을 위한 책, 학습을 위한 책들이 만들어지기까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내용을 읽으면서 모든 내용들이시간 순서대로 잘 정리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엇보다 컸다.​  책만들기, 진귀하고 귀중한 보물, 어떤 독자들이 어떤 책을 읽었나, 책과 화공들. 이렇게 크게 장을 나누다보니 이야기가 앞뒤를 오가서 조금 어수선했고, 뒤쪽으로 가면 앞의 내용과 중첩되는 것들이 꽤 많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읽는 책이라기보다 '보는' 책으로서 만족을 주었다. 풍부한 자료 사진들, 그 멋진 수서본들을 한쪽 한쪽 보고 있노라면 기묘한 기분과 함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온 정성을 기울여 세상의 진리를 적어내려가고, 최선을 다해 꾸미는 장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뭉클해진다.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었던 시대라는 것만으로도 '중세'에 대한 매력이 커지기도 했다. 만일 전생의 '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수도원 구석의 스크립토리움(필사실)에서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며 필사하는 필경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대단한 정보적 가치를 지녔다거나,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수서본의 세계와 그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냈던 중세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책, 그래서 언제까지고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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