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을 만날래요 신데렐라는 뻔뻔하게 말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오오랫만에 자기계발서類를 집어들었다.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다. 차례를 살펴보니 첫 장부터 연예 이야기. 정말이지 내게는 필요없는 소재가 아닌가. 지금 있는 세 남자들(남편과 두 아들)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단언코 내 인생에 더이상의 남자는 필요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라는 말에 홀리고 말았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공통적인 성격이 바로 뻔뻔함이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던 나, 그래서 짜증이 나고, 그래서 드라마는 왠만하면 보지 않는 나. 하지만 어쩌면 '뻔뻔한 여자'는 내게 '신포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 책을 읽고나면 그 포도송이를 딸 수 있을까? 후다닥 읽어볼만한 분량이기도 해서, 다 읽고 후회하더라도 일단 읽어보기로. 시작!

프롤로그

"'염치없고 제멋대로에다 남에게 미움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 공주님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뻔뻔하지 않나요?" (10쪽)
작가는 이렇게 그야말로 정확히 '공주병'의 증세를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공주병에 걸려서, 공주처럼 사랑받고, 공주처럼 누리면서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대놓고 쓰고있다.

1. "그 여자의 매력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이 장에는 뺄셈 여성과 덧셈 여성이라는 작가만의 분류법이 등장한다. 여러면이 함께 하는 행사에서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받아먹기만 하는 여성은 이른바 '뺄셈 여성'이다. "뺄셈 여성은 남성에게 이것저것 많이 받지만 반대로 남성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니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25쪽)
이 말도 안되는 주장은 중간중간 <미움받을 용기>의 내용과 비슷하게 정리된다. 말하자면 남에게 미움받거나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반면 '덧셈 여성'은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남을 배려하는데, 받는데는 서투르기 때문에 남성이 도망가버린다는 얘기인데... 어째 내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역시 뻔뻔해지는 건 내게는 불가능한 미션인걸까.
첫 장의 마지막 꼭지인 '당신이 뺄셈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렇게 시작한다. "뺄셈을 하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덧셈 여성은 좀처럼 뺄셈을 하지 못할까요?"(39쪽) 그건 계속 oo하면 사랑받는다는 식으로 조건이 딸린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고, 그 조건을 버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니 맨얼굴이 드러날때까지 자신을 두껍게 덕지덕지 싸고있는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얼핏 그럴듯하지만 역시나 납득이 가지않는... 그렇다치고 이왕 시작한 김에 좀더 읽어보자.

2. "당신의 연애가 고달픈 결정적 이유"

죽어라 노력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덧셈 여성과는 달리 뺄셈 여성은 '나니까 그걸로 충분해'라고 생각하기에 아무것도 안하면서도 사랑받는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덧셈 여성이라면, 뭐든지 노력해서 인정받으려는 덧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최선을 다할수록 상대는 귀찮아하고 불편해한다고. 그러니 노력하지 말고 뻔뻔해지라고. "최선을 다할수록 상황이 악화됩니다. 노력은 노력을 낳고, 최선은 최선을 낳습니다."(55쪽) 심지어 2장 속 한 꼭지 제목은 이러하다 '남자의 바람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쯤되면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막장 드라마, 아니 막장 책? 아니면 그저 내가 삐딱한 독자인건가?

3. "우리 엄마는 왜 항상 불행해 보일까?"

이제 덧셈 여성의 심리적 근원을 파헤친다. 마음 한구석에서 어릴적 엄마가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 자신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탓하는 자책감이 '노력형'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엄마께 칭찬받으려 애쓰던 기특한 아이에서 남자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여성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이런... 이건 뭐 백프로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단정적으로 말할만한 이야기도 아니지 않은가...?

4. "더 이상 상대에게 맞추지 않아도 된다."

대체로 1장에서 3장까지의 내용을 되풀이하며 복습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가지고, 지금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라는 것. 물론 훌륭한 제안이다. 이런 문장은 때로는 마법처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뻔뻔함이나 민폐 개릭터인 공주병과는 분명 차이가 있음이 분명한데도 이 책에서는 이 두가지가 교묘하게 뒤섞여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어보인다.

5장 "나는 이제부터 뻔뻔해지기로 했다."와 6장 "내 인생의 시나리오는 내가 결정한다." 역시 구성과 문장이 조금씩 바뀐 반복학습의 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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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대를 대할 때 때로는 당당해야 하지만, 때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자신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겸손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남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뻔뻔한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행운과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는건 그저 억지 아닐까? 이런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뻔뻔한 일이라고 나는 감히 뻔뻔하게 결론지었다. 물론 이 책의 본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착한 여자 코스프레를 하지말고,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라는 좋은 뜻이라고 믿고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심리를 지나치게 단선화함으로써 선동적인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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