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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평점 :
제목만 놓고보면 왠지 '노후생활'에 대한 가이드북같이 보이지만 소설책이다. 제발 소설같은 이야기로 끝나기를 바라며 읽게되는 소설이다.
설정은 이렇다. 멀지않은 미래(2031년)의 한국, 예상한대로 초고령 사회를 맞는다. 젊은이들을 노인부양의 부담에 아우성이고 노인혐오의 기운이 온 사회에 감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갈되어버린 연금'. 이렇게해서 비밀리에 국가적인 사업이 실행된다. 그것은 놀랍게도 너무 많은 연금을 받는 비생산 고령인구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죽임을 당하는 노인의 입장에서야 당연히도 가혹한 일이고, 하나의 죽음이 담고 사라져버리는 하나의 세계에게도 가혹하며, 그 일을 직접 행해야하는 '공무원'에게도 말할 수 없이 가혹한 일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속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과연 초고령사회의 답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고, 적어도 이 소설 속과 같은 방법은 아닐거라고 믿고싶다. 인간의 존엄성을 충분히 지키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튼 소설의 첫 대목부터 인상적이었다. "충남 공주의 강 씨는 중학생 시절에 담배를 훔친 적이 있다."로 시작해 소심하고 비루한 그의 생이 단 세 쪽으로 짧게 요약된다. 그리고 죽음.
이렇게 이 책은 홀 수 장에서는 처리되는 각각의 인물들의 죽음, 동시에 생을 짧게 다루고, 짝수 장에서는 주인공이라 할 장길도와 아내 수련의 서사가 이어진다. 그는 전직 '공무원'으로 70세를 맞아 막 퇴직한 참이다. 그런데 아홉살 연상의 부인이 자신 몰래 연금에 가입했다는걸 알고 기겁한다. 그의 예상대로 이미 '제거 리스트'에 올라버린 부인을 살리기 위해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게된다. 아내를 부정 수급자로 만들어 죽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역량과 모든 사랑과 모든 관계를 기울이게 된다. 그것은 결코 포기할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싸움이었고,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서로간의 증오를 낳는 과학과 의술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문명이 과연 인류를 더 행복하게 했는가,라는 거창한 질문까지는 아니어도 생명연장의 다양한 기술 개발이 과연 노인들을 더 행복하게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노년의 삶이 그리 편안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정서적으로 외롭고, 육체적으로 불편한 가운데서 하루하루를 보내야하는 것이 오늘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노년의 삶'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보여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당연히도 결코 우리의 선택지 속에 들어와선 안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우리'가 곧 '그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