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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꽃 한 송이
김이랑 지음, 꾸까 도움말 / 미호 / 2018년 4월
평점 :
표지부터 꽃향이 폴폴 나는 예쁜 책을 읽었다. 작가가 그리고 쓴 이 책은 한 면은 그림으로, 한 면은 짧은 글로 되어있다. 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환해지고 풍성해지는데, 그 옆에 쓰인 조심조심 소심하게 써내려간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가볍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늘 꽃집 유리를 통해 보았던 꽃들이 한가득이다. 이제 그냥 '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 같다. 옥시, 스토크, 헬레보루스... 이렇게 말이다. 이름을 아는 꽃들은 그대로 반갑고, 이름을 모르고 얼굴만 알았던 꽃들은 또 그래서 반가웠다. 굳이 김춘수의 詩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건 참 기분좋은 일이 아닌지. 각각의 꽃들에 대한 작가의 감상적인 글들과 뒤편에 붙어 있는 꽃에 대한 정보(꽃말, 쓰임새, 돌보는 요령 등등)까지, 꽃이야기가 책 제목처럼 마음이 된다.
양귀비는 그 영롱한 느낌 때문에 빨간 눈물방울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폐허 속에 피었을 때 잘 어울려 보이는 꽃처럼 보였다. 화려한만큼 황폐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꽃, 내게는 그런 꽃이었다. 작가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가보다. "어쩐지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나 대신 눈물 흘려줄 양귀비가 보고 싶어집니다."(27쪽). 뒤쪽 정보를 보니 '덧없음'이라는 꽃말도 가지고 있었다.
라벤더라면 끝없는 보랏빛 들판이 먼저 떠오르고, 그래서 잘 알고 있는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한송이 한송이는 눈여겨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책속의 그림을 보면서 언제고 라벤더 꽃밭에 가게되면 한송이 한송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 그러면 왠지 익숙한 비누향이 나지 않을까.
분꽃은 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시멘트 마당 한쪽 파란 플라스틱 화분에 피어있던 분홍색 꽃들, 까맣고 오돌도돌하던 여문 씨들을 따던 기억. 이 꽃의 영어 이름이 'Four O'clock Folwer'라고 한다. 네시가 되면 피었다가 아침이면 오무라드는 꽃이라고.. 활짝 피었던 분꽃의 기억은 아마도 방과 후 저물녘의 기억이었나보다.
유칼립투스, 작가은 "마음이 지쳤을 때, 생기가 필요할 때는 초록색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답니다."(39쪽)라는 말로 유칼립투스를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눈이 피로할 때 보라고 초록색 속표지를 가진 노트가 많이 팔렸던 때가 있었는데, 눈의 피로도 마음의 피로도 풀어주는 초록 유칼립투스 한 단을 지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배롱나무를 보면서는 나무에 꽃이 붙은 별난 모양새에 눈이 갔다, 라넌쿨러스를 보면서는 여태 그 꽃을 보고 장미겠거니 생각하고 지나갔던게 문득 미안해지기도 했다. 안개꽃이 Baby's Breath라는 예쁜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는줄도 처음 알았다.
예쁜 꽃에 내 마음 한자락 얹어놓고 싶을 때, 슬슬 책장을 넘기며 꽃그림과 눈을 맞추고 그 이름을 한번씩 불러줘야겠다. 그리고 마음이 동하면 가까운 꽃집에 가서 꽃한다발 사게될지도 모르겠다.
멈춰 서서 찔레꽃을 가만히 보다
꽃잎이 하트 모양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꽃잎 한 장에 마음 하나,
다섯 개의 마음이 모여서 하나의 찔레꽃을 피웁니다.
소중히 아끼는 마음 한 장, 궁금한 마음 한 장,
행복한 마음 한 장, 염려하는 마음 한 장,
그리고 그리워하는 마음 한 장.
다섯 개의 마음이 모여 내게도 꽃이 피었습니다. (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