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의 명작이 복간되었다"

"엄청난 중력을 자랑하는 별에 물건을 떨어트린 지구인들."

이런 말만 듣고 상상한  '중력의 임무' 내용은
'무시무시한 중력 속에서 강철같은 의지로 물건을 회수하는
용감한 지구인들 이야기' 였다 0_0

그런데 페이지를 펼쳐보니 웬걸 지구인은 조연이잖아.
진짜 주인공은 매스클린이라는 행성의 생명체였다.
게다가 이 생명체 묘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전갈이나 가재와 비슷한 것 같은데
이거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약간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외모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건 마치 외계인판 콘 티키호의 모험이다!

외계인에 이입하며 지구인을 타자로 둔다는 위치도 색다르다.
기생수나 히스토리에의 재미 중 하나는 인간이 인간외의 다른 생명체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매스클린인들은 앞선 문명을 이룬 지구인과 접촉하며 나름대로 평가하고 대응한다.
이 평가와 대응의 묘사가 아주 편하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바로 큰 차이가 있는 두 문명이 접촉하여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데
시종일관 '문명인스러운' 행동양식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구인들은 매스클린인들보다 과학이 앞서 있지만, 그 점을 가지고
매스클린인들을 무시하거나 하대하지 않고 존중한다.
매스클린인들 역시 그런 점을 부끄러워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야망을 가지고 움직인다.
탐욕으로 신세를 망치거나, 사랑때문에 나라를 버리거나, 분노로 주변인을 두렵게 하는
그런 격한 감정 묘사는 없다. 
오로지 존재 자체가 증명인 '과학' 과 낯선 존재와도 존중하고 소통하는 이성적인 존재들만이 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더 감정적인 개체가 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주연이 아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감정에 휘둘려 일을 망치는 꼴을 보면서 열받는 경험'
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달까.

이건 호오가 갈릴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요, 우리도 외계인도 충분히 이성적일 수 있다구요.

인간들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었다.
자기 분야가 나오면 흥분하는 인류학자, 생물학자들의 묘사를 보면
연구를 좋아하는 학자들에 관한 애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발리넌의 담대함을 보면 감탄과 함께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마치 대항해시대의 무역상이나 모험가를 보는 것 같다.

물리 시간을 졸면서 보내버린 나로서는 과학적 설명 부분은
각잡고 집중해서 봐야했지만, 대충 넘어가도 스토리에 큰 지장은 없어서 ^^ 좋았다.

지구인과 매스클린인들이 이성적으로 교류하는 미래를 그리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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