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면 연락해
백인경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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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
가슴을 울리는 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시의 의미가 명확히 이해되어 가슴을 울리는 시. 둘째, 시에 쓰인 모든 심상이 이해되는건 아니지만, 언어 자체가 너무 아름다운 경우. ( 난 프랑스어를 보면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시는 대체로 후자에 속한다. 화자가 의도한 바가 뚜렷히 보이는 시도 있는 반면, '이건 대체 무슨 뜻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시도 있다. 

#02. 서울 오면 연락해
'백인경'이라는 문창과 출신 작가지망생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펴낸 시집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꼭 문단에 등단을 해야하는 건지, 거기에 회의감이 들어 다른 경로를 통해 시집을 냈다고 한다. 그녀가 인터뷰 때도 밝혔듯, 최근 문단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많이 터져 이런 추세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자비출판, 독립출판, 문단 외 집단).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향성이 마음에 든다. 일반인에게 '문단' 이란 게 워낙 진입장벽이 높고, 또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분명.


#03. 총평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시가 많아 책을 넘기기가 아까웠다. 이런 언어를 구사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지 저자의 노력이 상상이 간다. 분명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작품을 썼을 것이고, 또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래는 책의 제목은 <서울 오면 연락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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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오면 연락해

누가 온다고 한 것처럼
냄비를 데우고 칫솔을 샀다
너는 떠나기 전 양치질을 하는 습관이 있고
매운 치약을 다 삼키고 엄살을 부리는 건 내 몫이었지

뱉어놓은 침 모양대로
아스팔트에 얼룩이 졌다
집 밖의 일은 늘 모호했지만

1월의 방아깨비나 내가 버린 고양이처럼
사실은, 죽어버린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나는 네 앞에서
박하를 띄운 청산가리를 흔든다

이를 닦으면 
잠을 자거나 하루를 더 살아야 한다
오래된 잇자국이 선연한 너의 살갗
언니,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입술이 오므라들어서
네가 나를 못 알아볼 것 같다

익숙한 자음들이 흩어졌다
알파벳의 세계로
너는 외로워 보이는데

나는 이제 시를 안 써
그래도 여기는 네 사랑니가 있는 곳 그러니
서울 오면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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