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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1. 어둠이 오기 전에
원제: It's Not Yet Dark: A Memoir
사이먼에게 어둠이 다가온다. 다리는 점점 저려오고 팔은 움직이지 않으며 입술조차 달싹거릴 수 없게 된다. 10만명 중 2명 꼴로 걸린다는 루게릭 병, 우리가 보통 스티븐 호킹 박사를 떠올리는 그 병이다. 이런 병에 걸리면 어떤 기분일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으로서 생의 끝자락 벽을 보고 오는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저자는 담담한 말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루게릭 병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아내 루스, 아이들과 함께 투병 생활을 견디며 영화제작을 완료하는 순간까지. 문체가 담담해서 더 슬프다. 담담한 말투로 쏟아내는 슬픔. 위에서 꾹 내리누르는 자기절제는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만든다.
사이먼은 포기하지 않는다. 아내 루스와 5명의 아이를 낳고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자신의 꿈이자 직업인 영화제작을 계속해 나간다. 그에게 아직 어둠은 오지 않았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웃는 미소가 환한 빛이 되어 그를 밝혀주었었다. 고통스러울 때 붙잡을 옷자락이 있었다는게, 자신의 맨가슴을 부여잡고 쥐어뜯지 않아도 되었다는게, 그에게 큰 위안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루게릭 병에 걸린다면 사이먼처럼 모든 고통을 이를 악물며 견디며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에 한 번 요로결석에 걸린 적이 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산통에 비견되는 고통을 3시간 정도 겪은 적이 있었다. 배에서 올라오는 쥐어짜는 통증과 구토감에 땅과 하늘이 뒤집혔었다. 그런 고통을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생각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라지만, 이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