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빅마인드 - 초지능 초연결 시대의 거대 물결에 대비하라
박형준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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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담
빅데이터.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용어였는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지는 몰라도 '빅데이터'라는 말을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거다.


#1. 빅데이터 빅마인드
마인드(mind)는 '마음' 혹은 '정신'을 뜻한다. min (정신/기억) + d (접두사)로 이루어져 있다. 빅마인드는 누구의 정신을 의미할까. 나? 주변사람? 똑똑한 사람들? 모두 아니기도 하고, 동시에 모두 맞기도 하다. 이 책에서 '빅마인드'란 인류가 클라우드 시스템처럼 공유하고 있는 '집단정신'을 뜻한다. 이 제목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2. 세상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데이터라고 하니 프로그래밍에 쓰이는 복잡한 이진법 C언어가 떠오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데이터는 같으면서 다르다. 우리 세계는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신체가 숨쉬는 것, 우리의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 모든게 외부로 표출되는 것. 전부가 데이터다. 우리의 의지로 행하는 모든 것도 데이터이며, 우리의 무의식으로 행하는 모든 것들도 데이터이다. 지구 밖에서 신이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쉼없이 변화하며 꿀렁거리는 데이터 덩어리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개미 관찰하듯이. 


#3. 자유의지는정말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이며 자유롭다. 간혹 우리의 판단이나 실천을 방해하는 무언가들이 있을지언정, 머리 속에 든 생각까지 강요받는 경우는 없다. 두뇌에 든 생각은 온전히 우리 것인다. 근데 정말 그럴까? 이 책에선 질문을 던진다.

우리행동의 모든 근거는 과거의 데이터이다. 밥을 먹을 때는 주로 단골집을 가고 음악취향도 정해져있다. 세밀하게 파고들면, 과거에 그 경험이 좋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계속 하기를 선택한다. 진화론 관점에서 봤을 때 당연한 일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쌓여온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는 행동한다. 즉, 데이터가 우리를 지배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마다 선호하는 데이터가 다르다. 테트리스 같은거다. 블록(데이터)를 쌓는 것은 같지만, 쌓는 방식은 모두가 제각각 다르다. 좋아하는 블록모양이 다를 수도 있다. 이걸 우리는 취향이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락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발라드를 좋아한다. 또 클래식을 좋아할 수도 있다. 이걸 우리는 자유의지라고 부른다. 얼마나 많이 해당 장르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사회에 의해 취향의 방향이 조금 강제로 설정되긴 하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자유의지로 자신의 취향을 형성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취향이란게 태아 때 뇌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갈라진다면 어떨까? 여기서 자유론과 결정론이 나온다. 저자는 결정론의 관점을 가지고, '데이터'라는 무기를 가지고 사회현상을 설명해간다.


#4. 총평
위 이야기들 말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제목은 빅데이터지만 인문학, 철학, 역사, 과학을 넘나든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의 마이너 버전 같은 느낌이다. 책장에 꽂아두고 잊을 때 쯤 다시 꺼내 복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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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빅데이터와 인간 
-현대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을 인문학적 측면에서 살펴봄 ( 정신심리학 / 양자역학 / 생명공학 )

PART 2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현대 인류에서 일어나는 혁명 (진화생물학 / 뇌과학 / 현대인류학 )  

PART 3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초연결과 초지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질적 의미 / 미래사회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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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이에 이 책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의 근원을 파헤치고, 인간의 행복을 위해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더불어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데이터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데이터전체론' 관점에서 분석한 미래사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데이터전체론'은 아직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주제이니만큼 완벽한 이론을 전달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불안의 근본적 해결방법을 찾다 보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22]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은 수많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특정 이미지에 대한 답을 미리 정해놓고 학습시킨다. 기존의 답을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판단하다 보면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이로 인해 학습이 진행될수록 편견은 점점 더 심해진다. 나중에는 결국, 사진을 보고 새로운 믿음이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의 믿음대로 사진을 보게 된다.

[p.25]
다시 말하면, 왜곡된 판단을 하는 개체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인류는 계속 왜곡된 판단을 하도록 진화하여 온 것이다. 

[p.42]
정리해보면 인간의 감각기관의 기능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 기억 결과에 의해 기능상 축소가 필요하면 축소하고, 강화가 필요하면 강화한다. 앞서 유전 정보, 경험, 문화가 뇌의 기억 정보에 영향을 미치고, 그 정보가 현재의 수집 정보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뇌의 기억 정보는 우리의 감각기관의 기능마저 바꾸어 왜곡을 가중시킨다. 
: 착시현상 같은거. 주변 색에 따라 중심색이 달라보인다든지, 두 선 중 뒤의 선이 더 짧아보인다든지 등. 생존에는 이런 착시현상이 유리하다. <대량살상수학무기>에서 말했던 '수학모형'의 위험성과 같은 개념이다. 수집된 데이터에서 나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취사선택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취향' 혹은 '편향'이라는 패턴이 생겨난다. -> 머리가 안좋으면 이는 다시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p.44]
그곳에는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존재하지 않아 서구 음악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주민들에게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들려주자 놀랍게도 치마네이 주민들에겐 협화음과 불협화음에 대한 호불호가 없었다. 그들은 두 화음을 듣고는 각각 같은 정도로 듣기 좋다고 평가했다.
: 우리의 취향은 만들어진다. 우리가 이제까지 쌓아온 데이터가 특정 대상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한다.

[p.49]
과거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미 앞에서 우리의 기억과 가치관은 과거 데이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과거 데이터의 영향을 받을까? 또 인간의 행동은 과연 운명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을까 아니면 자유의지가 있어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

"모든 범죄에 대해 생리학적 원인을 찾으면 우리는 누구도 가둘 수 없게 될 것이다."

(...)

사람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특히 범죄생리학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범죄생리학에 따르면 태어난 환경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의 범죄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으며, 범죄 유형별 원인과 발현 시나리오도 예측 가능하다.

: 술 마시면 감형. 이 논리대로라면, 특정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유전자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게 된다. 자유의지는 없다. 그렇다면 처벌은? 우리의 삶이 정말로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면 우리도 결국 알고리즘 덩어리나 다를 것 없다. 미래에 정말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로봇이 나타난다면, 그 땐 인간과 로봇을 무엇으로 구별 할 수 있을까.

[p.64]
이 실험은 동물 개체 간의 집단 기억저장소가 있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이 행동으로 드러남을 증명한 실험이다. 이처럼 개체들은 집단적 기억을 토대로 본능적 행동을 수행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앞서 설명한 개인의 과거 경험과 집단의 과거 진화 데이터가 결합하여 개체의 의지를 형성하고, 그 결과물이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음... 이 부분에 대한 실험결과나 논문자료가 좀 더 인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로토스 '칼라'처럼 모든 개체의 정신이 거대한 정신체에 연결되어 있다는 건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전자에 박힌 '본능'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p.94]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이 곧 '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속에서 공생하고 있다. 수많은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산호초처럼 사람은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는 하나의 서식환경인 셈이다.  (...)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서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세포 내 소기구로 원래는 세포와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박테리아였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대사에 뛰어난 기능을 가진 박테리아로서 오랫동안 세포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세포 내 소기구로 합류하게 되었다. 
: 보면서 신기했던 부분. 내 몸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개체'로서 존재하는 개체는 없다.

[p.112]
그곳에서 제니퍼는 꿈속 살인자의 몽타주를 그렸고, 경찰은 반신반의하며 수배를 시작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경찰은 랄프라는 소년을 죽인 살인범을 잡아낼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랄프는 바로 제니퍼에게 심장을 이식해준 소년이었다. (...) 물론 인간의 뇌에도 기억에 대한 실험적 증거들이 존재하지만, 뇌 이외 기관에서도 기억의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기억은 생활습관, 식성, 관심분야, 단편기억 등이 뇌뿐만 아니라 세포 속에도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음. 생각해보면 그렇다. 무조건반사는 자극이 뇌를 거치지 않는다.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다. 

[p.119]
바이스만의 실험과 맥더걸의 실험에서 보듯이 생명체의 여러 활동 경험으로 얻어진 형질 중에는 유전되는 형질과 유전되지 않는 형질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생존'이다. 

[p.124]
미국의 생물학자인 짐 코즈벡은 인간의 유전자가 해독된 뒤 20년간 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나 해법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유전자를 부분적 기능으로만 보았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생명현상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 전체의 상호작용에 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든 진리가 유전자에 담겨있다는 설명을 좋아한다. 그동안 유물론 기반의 과학이 단순한 인과관계를 찾도록 발전해왔으며, 환원주의적 관점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분석해야하는 생명체에 적용할 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은 이유이다.
: 인간이 아직 암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암과 1:1로 대응되는 유전자를 찾지 못했다. 유전자는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여러 유전자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면, 그러면 암을 정복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p.129]
전체론 관점에서 봤을 때, 생태계는 쇼트트랙 계주처럼 운영된다. 지구 입장에서는 어떤 종이 생기고 어떤 종이 생태계를 장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엔트로피 상승 총합이 최대가 되기만 하면 된다.

[p.157]
예를 들어 미국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에는 '이 책을 구입한 분들이 구입한 다른 책'을 보여주는 추천 엔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진보주의자는 진보주의 책만, 보수주의자는 보수즈의 책만 접하게 되기 쉬워졌다. 
: 수학모형. 만들어진 취향.

[p.179]
인공지능에 의해 극도로 효율적인 개체는 나올 수 있지만 극도로 행복한 개체는 나올 수 없다. 인간 뇌의 보상회로는 기계와는 달리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상한다. 즉, 인간은 시행착오를 겪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얻는다. 수동적인 기계는 완벽하지만 능동적인 인간은 실수를 저지른다. 

[p.234]
즉 공감능력을 억제했더니 자기절제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절제 능력은 이성적 사고능력이 아닌 공감능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우리 뇌는 '미래의 나'를 타인으로 인식한다. 뇌는 '미래의 나'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현재의 나'의 행동이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만들지를 상상한다. 따라서 공감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행동이며, 자기절제를 함으로써 직접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 공감능력을 억제하니 더 많은 양의 장기적 보상보다는 더 적은 양의 단기적 보상을 선택했더라는 실험. "오늘은 놀아야지! 시험은 내일의 '나'가 알아서 할거야! 부탁할게 미래의 나!" 

[p.241]
그 결과 자신을 하위자로 여긴 사람들은 거울신경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자신도 공을 쥐는 것처럼 느낀 반면, 자신을 상위자로 느낀 사람들의 거울신경뉴런은 반응하지 않았다. 

[p.251]
먼저 "에베레스트 산이 600m보다 높을까, 낮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답변자들의 산 높이의 에쌍치 평균은 약 2,400m였다. 그런데 "에베레스트 산이 14,000m보다 높을까, 낮을까? 라고 질문하자 답변의 평균값이 13,000m로 크게 올라갔다. 
: 앵커링 효과. 디폴트 값의 중요성. 인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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