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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0. 사담
제목에 끌려서 읽었다. 워낙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작가이기도해서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원제 Man Explain Things To me
미국의 유명 페미니스트 리베카 솔닛의 9편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각 에세이 시작부에 페미니즘을 주제로한 연작 사진이 한 장씩 실려있다. 에세이가 쓰여진 날짜는 2000년대 초부터 2015년대까지 다양한데, 날짜순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대로 뒤죽박죽 배치가 되어 읽다보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 맨스플레인
첫번째 에세이는 저자가 직접 겪었던 '맨스플레인' 사례로 시작한다. 파티에서 만난 남성이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본인이 본 책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데, 알고보니 그책의 작가가 '리베카 솔닛' 저자 자신이서서 남성이 당혹스러워했다는 이야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맨스플레인을 겪어봤을거라 생각한다. 어딜가나 자신이 아는걸 알려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 있다. 세련된 방식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끔 자신이 아는 지식을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기분 안나쁘다. 오히려 존경심도 든다.
문제는 상대를 '자신이 계몽시켜야 할 대상' 으로 여기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지식을 전달할 때 생긴다. 종종 틀린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맨스플레인' 이라는 단어의 Man은 남자를 지칭하지만 남자만 이런 꼰대기질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다. 꼰대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비율은 차이가 날거라 생각한다. 주로 수직적계급문화에 익숙한 기득권 남성들이 이런 태도를 많이 지니고 있을테고,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이 불쾌한 문화를 더 많이 겪었을거라 생각한다.
#3. 남자는 여자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상대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강자와 약자의 구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구도. 약탈과 피약탈의 구도. 이게 맨스플레인의 핵심이다. 리베카 솔닛은 이 핵심을 통해 담론을 확장해나간다. 이어지는 에세이들에서는 각각 '강대국의 약소국 수탈' '성범죄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사회' '동성애에 대한 편견'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다.
사실 난 조금 산만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이야기의 핵심을 곧바로 찌르지 않고 핵심 주위를 계속해서 뱅뱅 돌아 독자가 자연스럽게 그곳을 바라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방식이 에세이 9편 내내 이어진다. 너무 돌고 돌아 멀미가 난다. '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거지?' 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당연히, 내 독해력이 떨어지는걸 수도 있다.
#4. 원문의 문제인가 번역의 문제인가
저자의 원래 스타일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이 많다. 두루뭉술한 비유가 많아서 몇 번은 다시 읽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다. 또 번역도 피동을 능동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역한다든가, 불필요한 한자어, 실생활에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어들이 수두룩 빽빽해서 읽는데 곤욕이었다.
#5. 총평
그냥 미국 페미니즘이 궁금하다면, 작가 리베카솔닛의 사상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된다. 예전에 쓰여진 글들이 많기 때문에, 또 미국에서 쓰인 책이기 때문에 '지금 2018년'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도 많다. 문장이 난해하고 번역도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페미니즘 입문서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주관이 확실하고 또 정확한 정보만 걸러서 취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면, 분명 얻어갈게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