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한중섭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1.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제목 참 직설적이다. '바쁘게 사는게 능사는 아니야!' 독자에게 돌직구를 던진다. 수능영어로 치면 명령문이다. 얘들아 필자의 주장은 명/의/중/인/물에서 나타난다고 했지! 명령문/의무표현/중요한/인용문/물음표, 그 중 명령문이네. 자 형광펜으로 밑줄 쭉쭉 그어. 별표 3개. 

#2. 바쁨에 대한 고찰
우리나라 사람은 바쁘다. 옛날 영국이 가지고 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은 동아시아 끝에 있는 작은 반도가 '회사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그 바톤을 이어 받았다. 과히 병적이다. 학부생 시절 타과 유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한국은 뭔가 정신이 없다'라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감히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라는 명제와 같은 자연법칙이라 칭해본다. '한국인은 바쁘다.'

작가는 이 '바쁨',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병적인 분주함'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 철학 등을 통해 고찰해나간다. 인간의 시간관념이 어떻게 변화해오며 바쁨이 '탄생'했는지, 탄생한 바쁨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드며들어 우리는 '지배'하고 있는지, 정작 우리는 바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숭배해 마지 않는 바쁨의 실체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3.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론부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작가는 우리가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쁨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부터 법적제도의 수정을 통해 바꾸어 나가야한다고 한다. 방향성 자체는 공감한다. 일과 여가, 우선순위를 두자면 난 여가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거다. 사람이 놀기만 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일은 해야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과하다. 일하다 죽었다는 사람이 심심찮게 뉴스에서 들린다. OECD 통계에서도 과로사 상위권이라는 훈장을 받았다.

#4. 아쉽지만 그래도 추천
내용은 사실 누구다 다 알법한 이야기이다. 해결책도 이상적인  이야기다. 게임이론 비슷한거다. 모두가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면 좋지만, 내가 느려지는 순간 눈 앞에 의자에 앉기 위해 다른 사람이 더 빠르게 달려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느린 사람에게 의자를 주는 법적 지원 제도도 충분치 않다. 그게 우리가 '알면서' 바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밌는 이유는 '공감'이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를 너무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과 비유를 들어가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제껏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왔던 이라면, 생각의 울림을 얻을 수 있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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