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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 페미니즘
박가분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9월
평점 :
#1. 포비아 페미니즘
전작 <혐오의 미러링>에서 '메갈리아'와 '워마드'로 칭해지는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뿌리와 형성과정, 그리고 변천사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포비아 페미니즘>에서는 그들의 주전략인 '정치적 올바름'과 '공포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각 남녀차별이슈들에 대해 조목조목 통계를 들어 반박하며, 우리나라 페미니스트계를 잠식하고 있는 '포비아 페미니즘'의 '공포정치'에 의해 어떤 결과들이 남게 되었나 분석해나간다. 끝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페미니즘의 원류인 외국페미니즘을 끌여들여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통념반박을 시도한다.
#2. 페미니즘은 더 이상 백지수표가 아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는 "페미니즘은 더 이상 백지수표가 아니다"리고 말한다. 공감가는 말이다. 뒤이어 '정치적 올바름'과 '공포전략'을 이야기하며 소수자가 반드시 약자인 것도 아니며, 약자라해서 항상 옳은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이제까지 그래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반추해 약자의 주장들이 더 '옳은 것'으로 사회적 타성에 의해 받아들여져 왔을 뿐이다. 허나 어느 도시의 범죄율이 80%라고 해서 그 도시에 사는 주민 A가 반드시 범죄자 인 것은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거지 도시 범죄율 = 개개인의 범죄율로 곧바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주전략이 자신들을 사회적약자로 포장한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화였기 때문에 그동안 기존 지식인들의 '원죄의식', '용어상의 혼란' 등 때문에 다다른 학문들에 비해 비판없이 받아들여져온 측면이 있다. 페미니즘은 이 비판들을 깨부숴야만 온전한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남녀갈등. 팩트체크.
작가는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분명 우리나라에는 경력단절로 인한 임금격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작가가 정확히 지적하는 부분은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다. 강남역살인사건, 성평등지수, 임금격차, 가사노동비율, 강자와 약자 프레임 등 페미니스트들이 통계의 왜곡과 정보의 취사선택을 통해 사회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 공포 정치'로 치환시키는지 낯낯이 드러낸다. 그리고 그 위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들어가며 반박한다. 통계자료로 장난치는 작가들이 많아서 난 책을 읽을 때 각주와 책미에 인용출처가 정확히 달려있는지, 의심가는 통계는 원문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자기검열이 철저해서 좋았다.
#4. 아쉬운 부분
아쉬웠던 부분은 남녀의 직업선택과 이미 뿌리잡힌 남성중심 기업문화를 '남성과 여성의 생존전략'의 차이로만 본 점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빠른 경제발달을 추구했던 시대적 배경 + 남녀간의 생물학적 생존전략 차이 + 정부정책>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그 중 생물학적 차이를 너무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5. 해결책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남녀문제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과 그 결론이었다. 작가는 남자와 여자를 둘 다 사회적 구조의 피해자로 보고있다. 건강한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또 이를 위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한 발씩 양보해 협력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정책적 해결책을 책미에 제시하고 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물론 있긴 했지만, 최근 읽었던 성평등 책 중에 가장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책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정확한 팩트체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