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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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라는 제목을 곱씹었다. 아쉽게 책 내용을 모두 담지는 못한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온유 작가는 전작 <유원>에서도 그랬지만 사람의 미묘한 죄책감과 자책감을 한 줄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 능력에 다시 한 번 반했음에도, 이야기를 흐르는 전개 방식이나 엔딩에는 아쉬움이 묻은 게 사실이다.

시점이 바뀌며 해원과 시안의 심정이 드러나는 건 좋았지만, 다소 잔혹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가 군데군데 묻어 있어 책장을 덮고 다시 열기를 반복했다. 어떤 평 역시 전작 <유원>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나 역시 동감이다. 온유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쓰셔서 다음 책도 나오면 읽겠지만, 페퍼민트는 아쉬움이 조금 컸다. 그럼에도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한 줄 한 줄의 임팩트가 강렬해 기억에 남을 청소년 소설이다.

무엇보다 내가 쓰려는 소설의 분위기를 주저 하지 않고 그대로 써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울적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선배의 말을 듣는 것 같아 내심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온유 작가님이 내내 청소년 소설을 내 주시기를, 다음 번에는 조금 더 탄탄한 플롯으로 이야기를 꾸려 와주시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한다.

🛌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 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
사실 시안이 무작정 찾아온 그날, 해원은 집으로 돌아오며 다시는 시안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속속들이 다 아는 인간이, 최악의 모습까지 다 아는 인간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수치스러웠다.

🛌
고독사였다. 엄마는 소름 끼친다는 듯 치를 떨며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해원은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아빠는 밥상머리에서 비위 상하는 얘기 하지말라고 엄마를 타박했다. 겁이 많은 해일은 무서우니까 그만 말하라며 엄마를 말렸지만 그러면서도 제육볶음을 밥에 비벼 먹었다.

🛌
사거리 건너 임대 아파트에서 죽은 뒤 이 주만에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누군지 해원도 알고 있었다. 이 년 전까지 해원이 사는 아파트 단지의 경비를 맡았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와 일을 그만뒀다.

할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재활을 위해 해원의 아파트 단지 안을 천천히 걸었다. 더 이상 경비가 아닌데도 쓰레기를 줍거나 두 팔 걷고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어 주민들이 불편해했다.


_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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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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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우리를 지켜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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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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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다 읽지 않고도 서평을 쓰게 만든다. 이 책이 그렇다. 김달님 작가님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읽기 전부터 기대가 무산되어도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할 만큼 커다란 기대를 했다. 전작도 인상 깊게 읽어서였다. 김달님 작가님의 시선이, 문체가, 마음이, 사연과 따뜻함이 물씬 묻어난 책들에서 나는 나와 주변인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랐다.

서평단에 당첨되어놓고도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판사의 다음 책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도 굳이 서평을 쓰지 않았다. 내 작은 인스타그램 공간에는 애정하는 책만 소개하기에도 부족해서였다. 오랜만에 어마어마하게 추천할 에세이를 만나 기쁘고 설레서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다. 어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어쩜 이런 분이 계실 수 있을까.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이 이토록 벅차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김달님(@moonlight_2046) 작가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찬찬히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어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상반된 마음이 충돌해 다급히 추천평을 남긴다.

📗 완독 후

작가는 말한다. "가끔 생각해. 내가 계속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줄곧 나는 생각해왔다. 내가 계속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넘쳐나는 필요한 이야기의 범람 속에서 내 이야기는 보잘것 없고 하찮은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세상에 굳이 내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내 글을 소중히 하지 않으니 덩달아 나 자신도 소중히 하지 않게 되었다. 내일 당장 사라져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영 글이 안 써진더래도 상관 없을 만큼 모든 일에 초연해졌다. 잘 쓴 글을 보고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며 애태우는 심정도 해묵은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질 만큼 오래된 과거로 느껴졌고,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나도 예전처럼 벅차지 않았다.

그러나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를 읽고, 문장을 읽는 내내 애태워지고 사랑할 마음이 샘솟았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글을 사랑하는구나, 삶을 글로 녹이는 작업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는 애틋한 마음을 깨달았다.

작가는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저에게 희망은 제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작가님이 오래 오래 글을 써 주시기를 바란다. 잠시 사라지시더라도, 몇 년후에 또 다시금 오실 김달님 작가님을 기다릴 준비가 되었다. 완벽한 팬이 여기 서 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 편지가 작가님께 닿기를, 미래 어느날 슬럼프가 오셨을 작가님께 소중히 간직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책 한 권을 전부 따라 쓰고 싶은 책을 써 주셨다고,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 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
사랑이라는 말이 모두에게 같을 수 없듯 어떤 단어는 개인의 기억과 함께 고유한 의미로 남는 법이니까.

💚
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
조금만 기다리면 울지 않았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돌아올 사람을 위해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은 잠시 딴청을 피우는 것이었다.

💚
그리운 것들을 떠올리는 밤일수록 나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
막내야. 나는 일곱 살의 네가 알려준 덕분에 봄은 폭신폭신하게 온다는 걸 알아.

💚
나는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는 사람이 글을 쓰게 되리라 믿는다. 잘 쓰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 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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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이네 떡집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김이랑 그림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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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이가 춤을 출 때는 저도 신났네요! 한국의 다양한 떡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해요. 오래 오래 써주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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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김혜원 지음 / 유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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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집콕을 자발적 집콕으로 만들어주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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