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나에게 처음 왔을때의 촉감을 기억한다. 이 책이 나에게 처음 왔을때의 공간의 온도를 기억한다. 이 겨울에 따스함을 전해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또 책에서 주는 호모함이 너무 맘에 든다. 쇼팽의 음악을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자신의 감정을 시로 풀어 쓴 것 같기도 하고, 달달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이러한 모호함 속에 인식되지 않았던 나의 의식과 감성이 순간 순간 고개를 쳐 밀때,난 신선한 충격에 빠져 있다. 내가 숨겼던, 아니 봉인 되었던, 그러한 감정들 말이다. 아빠로써 남자로써 항상 기저상태의 감정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온전한 나를 조금은 다시 본 것 같아 좋았다.


나는 세상에 감춰진 것들을 찾아다녔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고 애썼다. 시를 썼고, 시를 쓰면서 고통과 어둠을 희망보다 더 가깝게 느꼈다.

그 고통과 어둠 속에서 쇼팽을 들을 때, 그의 순수한 절망을 느낄 수 있다. 아픔에 대한, 고독과 우울에 대한 시, 그러나 그렇기에, 그 순수한 절망이 불러내는 순전한 기쁨 역시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에 대한 끊임없는 노래이기도 하다.    ----32쪽


우리는 기다림에 대해서 무감각해 질 때가 더러 있다. 기다림이 없는 삶은 외롭고 시리도록 고독하다. 쇼팽의 기다림도 시리고 고독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얘기한다. 기다림 속의 아픔 뒤에 희망과 행복이 있다고, 쇼팽이 사랑하는 여인 조르주 상드를 기다릴때 쇼팽도 그러했을 것이다. 설렘이 아픔이 되고, 다시금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과 희망이 였을 것이다. 난 그런 기다림이 좋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기다림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쇼팽은 슬프고, 우울하고 고독한 사람이 아닌, 행복을 간직한 사람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많은 음표들, 아직 가보지 못한 음악의 공간, 소리, 그런 기다림이 항상 존재 했으리라 본다.

 

  작가는 모든 글들을 시적 표현한다. 만남에 모든 것들을 시적화 하고 있다. 난 그의 깊은 성찰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감성이 무척 부럽다.  


만남, 사랑, 이별, 대화로 구성된 책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무심할 정도로 쇼팽에 관한 음악 이야기를 숨긴다. 그럴때쯤이면 그의 시적 표현, 생각들이 쇼팽을 기다리고 있다. 이따금씩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산문집은 쇼팽의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다. 그런 삶을 시로 표현해 냈다.


밤에 종종 옥상에 올라가고는 합니다. 밤의 공기와 어둠 속에서 잔잔히 빛나는 불빛들 그리고 그 모든 불빛마저 꺼졌을 때 비로소 떠올라 옅은 그림자를 만드는 달빛을 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가끔 옥상에서 쇼팽, 당신의 음악을 듣기도 해요.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당신의 음악을 듣노라면 나의 존재가 덜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이 세계가 덜 아프게 다가옵니다. ----165쪽


쇼팽은 1810년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과거의 200년 전의 선율들이 아니고 지금 현재, 아니 미래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불변한건 음악이고, 사랑과 이별은 변한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감정에 의해서 음악의 감정도 변할지 모른다. 난 이 책을 통해서 여러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적 내용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지금난 감성이 풍성하다. 내가 마치 1800년대의 쇼팽의 시대로 돌아가 그의 삶을 견주어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한번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시인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다시 읽으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