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사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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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인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에 꽂혀서 이 책을 보다가 제인오스틴의 다른 소설들을 더 보게 됐다.

설득, 노생거사원까지.. ! 제인오스틴 소설을 보면서 느낀 건 비슷한 전개..!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고 매번 재밌다.

같은 소재인대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이것도 작가만의 매력인 것 같다.

노생거 사원은 주인공 캐서린이 바스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에서 깊은 우정도 알게되고, 그 우정이 깨지기도 하며

새로운 인연들도 만나면서 캐서린은 깨닫는 것이 많다.



제인오스틴의 소설은 주인공이 항상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인 편이고 작가는 항상 이 감정들을 강조한다. 하지만 노생거사원 주인공에게는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것이 이 이성적인 감정이었다. 캐서린의 나이는 16살. 캐서린은 조금 더 이기적이여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16살인 캐서린을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또는 캐서린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첫 걸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나도 10-20대때는 상처 받기도하고, 그 상처때문에 며칠을 우울해하고, 그러다 울고... ㅋㅋ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했던 것 같다. 30대인 지금은 모든게 별거 아닌 일로 생각하며 지내게 됐지만.



이전에 읽었던 제인오스틴 소설들은 손에 꼽히는 글귀들도 많았는데 노생거사원은 그야말로 내용의 흐름에 따라 감정을 드러냈으므로 그냥 전체적인 이야기를 놓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에게는 ‘나도 그랬었지‘라는 공감을, 그 옆에서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는 틸니 씨에게는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라는 공감을 얻게됐다.

캐서린이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무엇때문에 소중한 다른 것을 거절했을 때.
이사벨라가 옳지 않은 일을 하려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알렌 씨가 자신의 행동이 옳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무척 안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충고로 잘못된 행동에 빠지지 않게 되어 정말 기뻤다. 친구들로부터의 탈출은 정말 탈출이 되었다. 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 약속을 깼더라면, 올바르게 행동하지 못했던 예전의 죄책감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틸니 남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노생거사원 p130

틸니 씨의 ‘설득‘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함.)

설득은 아무 곳에서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형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다해도, 용서해주세요. 제가 직접 소프 양은 약혼했다고 말했어요. 형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고 그 책임도 자신이 질 겁니다.

노생거사원 p186


틸니 씨의 ‘믿음‘

오빠와 친구 사이의 사랑을 믿는다면 둘 사이에 심각한 질투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불화 역시 없을 거구요. 두 사람의 마음은 당신에게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열려 있어요. 그들만이 서로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일에 대해서 얼마만큼 참아낼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상대방이 정말로 불쾌하게 느낄 정도로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어도 될 겁니다.

노생거사원 p189


‘좋은 취미‘

알렌 부인이 몇 해 동안이나 제가 꽃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썼지만 전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바로 그저께 밀섬 가에서 그 꽃을 보기 전까지는 말예요. 전 천성이 그런지 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젠 하이신스를 좋아한다 그 말이죠? 잘됐어요. 아주 좋은 취미를 가지게 된 거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노생거사원 p216




캐서린의 깨달음.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하루가 지나자 시간이라는 관대한 손길이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스스로 고통받고 있는 캐서린의 마음을 더욱 달래 주었다.

노생거사원 p250


사람들의 부주의나 불친절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물론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어떤 때는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다. 캐서린의 감정은 어머니가 하는 모든 말과 정 반대로 치달았다. 지금 자신의 행복은 모두 그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었던 것이다.

노생거 사원 p300



그러나 이 소설이 부모의 권위적인 간섭을 부추기는 건지 자식이 부모의 말을 거역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건지는 읽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노생거사원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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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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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법! 여기저기 둘러보다 추천받아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정말 책덕후들이 볼만한 책. 나도 예전엔 책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20대부터 책덕후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가 처음 책을 읽었던 때, 왜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잠시 돌아보게 됐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만화 형식으로, 140페이지 정도되는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재밌고 기억에 남는다.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책은 항상 2-3권씩 들고 다니고 책만 있으면 어딜 가든 심심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도 집에서든, 공원 벤치에서, 카페에서 등 책만 있으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좋은 시간을 넘어서 행복한 시간이다. 나도 책 좋아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완전히 책을 다시 놓았었고 이제 다시금 시작하고 있다. 이 책에서 독서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잠시 독서를 그만두고 다른 활동으로 기분 전환한다, 오래전 좋아하던 책을 읽는다, 얇고 쉬운 책을 읽다보면 독서 습관을 되찾을 수 있다. 독서 목표를 세운다 등이 있었는데 이 중 오래전 좋아하던 책을 읽는다. 이건 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나도 책을 많이 팔지만 소장용 책이 따로 있어서 독서가 별로 재밌지 않다.. 할땐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읽곤 한다. 참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책덕후가 가장 행복할 때가 서점 특유의 중독성 강한 향기 맡을때, 사고 싶었던 책을 깜작 선물로 받을 때,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많은 책을 빌릴 때 등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격한 공감이 동반된다. 오랜만에 짧고 굵게 재밌게 본 책이다. 책덕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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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만 아는 세계 -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 불편해지지 않는 엄마 관계 심리서
정우열 지음 / 서랍의날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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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시작하면서 나도 지친 마음을 달래려 동네 친구, 아이 친구 엄마를 사귀기 위해 힘쓴적이 있다. 이래 저래 알게된 아이 친구 엄마. 그런 관계에서는 즐거움도 있지만 동시에 허무함, 씁쓸함, 상처받는 사람들도 많았고 상처까진 아니더라도 마음 상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알게 됐는데 엄마들만 아는 세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엄마들의 심리라니!!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내 마음부터 너무나 알고 싶었다. 그래서 보게 된 엄마들만 아는 세계는 생각보다 나에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됐다. 나와 스타일이 다른 엄마들과의 관계, 나와 상황이 다른 엄마들과의 관계, 나와 다른 내 아이와의 관계, 엄마로 사는 나와의 관계 등 엄마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책이라 생각했다. 나도 내 아이 친구 엄마에게 나쁜 감정이 들어도 상대방에게만 도대체 왜그럴까?라는 생각만했지 내가 왜 그 행동에 화가날까? 라는 생각을 한번 해본적이 없었다. 여기서 제시하는 건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으로 인해 내가 늘 고민하던 문제도 풀렸고 상대방을 보는 내 마음가짐도 너무나 달라지게 됐다. 미운 감정이 확 사라졌고 좋은점만 보게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인연인데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또는 오해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에 더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것도 조금 속상하지 않나싶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다. 외향적인 사람이 있으면 내향적인 사람도 있다. 다 틀린게 아니다. 그냥 다 자신의 성향대로 사는 것 뿐이다. 상대방과 내가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서 내 마음을 한번 더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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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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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내가 2017년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다. 그 당시 무척 재밌게 봤던 책이라 기록해본다.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그것조차 너무나 아쉬운 책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농촌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밭일을 했다. 그 역시 학교를 마치면 매일 밭일을 도와주거나 그외에 일들을 도맡아 했다.

그러다 스토너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의 권유로 농과대학에 입학하게 되는데 2학년 때 문학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스토너의 성적은 아주 뛰어났고 슬론 교수를 만나면서 교육자가 될 꿈을 갖는다.

이후 첫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평생을 함께 하게 된다. 이후 사랑하는 여자 캐서린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이별도 겪는다. 또한 직장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동료 로맥스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

명예퇴직을 너무나 원했지만, 병이 심해졌기 때문에 스토너가 생각한 것 보다는 일찍 교수직을 그만두게 된다.

이렇게 스토너는 그의 어린시절부터 죽는날까지의 일생을 담은 책이다.

마지막장에서 작가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 중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라는 말을 제시한다.

나에게도 스토너는 영웅으로 남았다. 스토너도 생을 마감하기까지 아주 많은 일들을 겪는다. 그에 비해 스토너는 항상 무덤덤하다. 언제나 인내하면 기다린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답답하고 화가나기도 하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지 라는 결론도 내린다. 나 자신도 어떻게 보면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느낀 것은 어떻게 살았든 마지막 순간에 질문하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 다른 삶을 살았어도 느끼는 것이 모두 같다는게 참 놀랍다.




스토너가 캐서린을 만나고.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p272

젊다 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p274

동료 핀치와의 대화

가끔은 내가 이 일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스토너는 빙긋 웃었다. 옛날에 데이브 매스터스가 말하기를, 자네는 개자식이 덜돼서 진짜로 출세하기 힘들 거라고 했지.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지 핀치가 말했다.

p293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p391


캐서린과의 헤어짐.

그녀는 얼마 전부터 떠날 계획을 미리 짜고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스토너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그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에, 그리고 그녀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p305


마지막.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아도 후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빛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주름 없는 젊은 얼굴처럼 보였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아주 먼 거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손이 이불 위를 움직여 그녀의 손에 가 닿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뒤 그는 스르르 선잠이 들었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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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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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남아있는 나날‘도 역시나 추천하는 책 중 하나.

남아있는 나날을 읽고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봤다. 다른 건 그냥 그냥.. 내 취향은 아니었고

남아있는 나날은 손에 꼽을 만큼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남아있는 나날은 주인공 스티븐스의 이야기다. 그는 영국 달링턴 홀의 집사이며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그 와중에 새로운 주인이 오면서 그의 호의로 첫 여행을 떠나게 된다. 스티븐스는 평소 가족, 사랑도 포기하고 집사로서 충성을 다하지만 달링턴 경이 나치 지지자 였다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신념도 무너져버린다. 그리고 스티븐스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지니가버린 인생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뒤늦은 스티븐스와 켄터양의 만남이다. 스티븐스가 찾아갔을 땐 그녀는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기 때문에.

스티븐스와 켄터양은 함께 일 했지만 그는 한번도 표현하지 않아서 더 안타까웠다. 왜 그랬을까? 둘 사이를 인연이 아니였다는 말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허무했다. 조금 씁쓸한 것은 스티븐스는 마지막까지 ‘나‘의 인생보다 집사로서의 인생에 더 충실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랑하는 켄터양까지 묵묵히 떠나보냈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일 뿐이기에 마음이 아팠다.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면 모든게 달라져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또 다시 집사로서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이때 남아있는 나날을 읽고 느낀 건 어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나 자신의 삶을 산다면 남아있는 날들에 대해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또한 나이에 맞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맞다고 확신하면 밀고나가고,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 이것도 성숙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티븐스와 켄터양의 대화.

켄터 양이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이따금 한없이 처량해지는 순간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가.‘ 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지요. 이를테면 저는 스티븐스 씨 당신과 함께 했을수도 있는 삶을 상상하곤 한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을 트집잡아 화를 내며 집을 나와 버리는 것도 바로 그런 때 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씩 곧 깨닫게 되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 곁이라는 사실을. 하긴, 이제와서 시간을 거꾸로 돌릴 방법도 없으니까요. 사람이 과거의 가능성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지금 가진 것도 그 못지않게 좋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야 하는 거죠"

p294



그때 내가 곧바로 무슨 대꾸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켄터 양의 말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1~2분 정도 걸렸으니까. 게다가 그녀의 말에는,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내 마음에 적지 않은 슬픔을 불러일으킬 만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이제 와서 뭘 숨기겠는가? 실제로 그 순간, 내 가슴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옳은 말씀이에요 벤 부인. 말씀하신 대로 시간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당신과 부군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당신도 지적했듯 우리는 ‘지금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p294

마지막.

내 인생이 택했던 길을 두고 왜 이렇게 했던가 못했던가 끙끙대고 속을 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러분이나 나 같은 사람들은 진실되고 가치 있는 일에 작으나마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그 야망을 추구하는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결과가 어떻든 그 자체만으로도 긍지와 만족을 느낄 만 하다.

p301

이 순간에도 그들은 서로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로 저런 거구나 싶다. 어쩌면 좀 전에 내 옆에 앉았던 노인도 나와 농담이나 주고받으려고 한 것인지 모른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본의 아니게 실망만 안겨준 셈이다. 이제 정말 이 농담의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탐닉한다고 해서 크게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인간의 따뜻함을 느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중략) 내일 달링턴 홀로 돌아가면 새로운 각오로 연습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 주인께서 돌아오실 즈음에는 그분이 흐믓하게 감탄하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으면 좋겠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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