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권력이 이양될 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소수가 다수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분석하고 있다. 권력이 개인의 도구가 되면 유착 세력과 결탁하여 카르텔을 형성한다. 독재 정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수정한 뒤 언론과 사법기관을 장악하여 다수를 결박시킨다. 이들은 연속적인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은밀히 세력을 늘리고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는 독재에 잠식된다.

작가는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수 엘리트 특권층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다수의 권리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의 반복은 민주주의를 한계에 맞닥뜨리게 한다.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많은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개헌을 통한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선거인단, 필리버스터 같은 다수를 견제하는 제도들이 어떻게 다수를 올가미처럼 묶어두게 되는지를 설명하며, 법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시대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선출된 독재자들의 몇 가지 방식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매우 흡사하기도 하다. 언론, 사법, 검찰, 각종 청탁과 비리 사건들은 소수의 권력독점 하에서 체계적이고 훌륭한 각본”(p.96)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권력의 답습을 대중이 인지하고 거기서부터 많은 논의가 시작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저자의 의도인 민주주의 비전”(p.370)이 될 것이다.

미셸 푸코는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이러한 저항점들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으며, 다수의 저항점들이 사회적 계층과 개인들을 가로지른다.”고 말했다. 권력이 물리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억압한다면 개인들은 저항한다. 이러한 저항은 다수 민주주의의 힘의 원천이 된다. 결국 권력과 저항이라는 순환구조 속에서 민주주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으로 귀결된다. 민주주의란 저항의 힘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계엄과 탄핵을 겪었다. 계엄령이 떨어진 몇 시간동안 사람들은 국가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는데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은 나 자신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p.369) 라는 말처럼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길은 필연적으로 나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직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민주주의의 위기를 직접 느끼며 관심이 촉구된 바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해 재고 해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모순을 논의하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시민의 안일함과 무관심은 독재를 부른다. 그렇기에 사회의 일원이자 민주시민 당사자로써 꾸준한 경각심과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분명 도약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