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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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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안녕달님의 신간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이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눈이 소복소복 쌓인 추운 겨울날,, 등교길에 만난 눈덩이.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듯한..

아무런 장식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던 눈덩이에게

팔다리 만들어 주고 눈과 입도 그려주는 아이.

입이 생기고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된 눈아이는

안녕? 이라고 인사하는 아이에게

우아우아우아우아우아~~~ 무한반복하며 반가움을 전하죠.

꼬르륵~ 배고픈 눈아이를 위해 눈을 뭉쳐 눈빵을 만들어줍니다.

눈아이도 같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눈빵을 만들어주지요.

맛있어! ,,, 차가워!

반응은 이렇게 다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 눈아이와 아이.


따뜻한 아이의 손과 차가운 눈아이의 손,,

꼬옥 잡고 걷고 싶지만 녹아내려요.

아이는 자신의 빨간장갑을 끼워주고 나란히 걸어갑니다.

손의 온도는 다르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같은 눈아이와 아이.

책가방을 깔고 신나게 썰매를 타다가 그만 눈아이가 눈밭에 구르게 되고,,

걱정이 되어 달려간 아이는

엄마가 자기에게 해주 듯 상처가 아프지 않도록

호오~

왜 울어?

따뜻해서

너무 따뜻해서 눈이 녹아내리듯,,

마음의 외로움도 녹아내려요.

너무 좋은데,, 너무 좋은데,, 눈물이 나요.


겨울의 끝자락,,

따뜻한 햇볕 아래에 눈이 녹아가고 서서히 땅이 드러나요.

흙이 묻고 살살 녹아 어느새 조그마해진 눈아이.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응.


눈아이는 다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이는 책가방을 깔고 눈아이를 태우면 썰매놀이를 해요.

둘의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요~~

신나게 썰매를 타고 숨바꼭질도 합니다.

큰 나무 아래 아이는 술래가 되고 눈아이는 숨어요.

찾는다!

눈아이를 찾아나선 곳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풀들이 초록초록 자라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딨어?

못 찾겠다, 꾀꼬리~~~

아이는 눈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는 눈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결말은 생략^^

저에게 안녕달님의 그림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뜻하다,, 예요.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 몽글몽글한 기분^^

색연필로 사각사각 채워진 색들도 부드럽고,, 동글한 이미지의 그림들도 귀여워서 좋아합니다.

그림책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공감해주고,,

늘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 살핌도 놓치지 않으셔서

아이에게만 향해 있던 시선을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어르신들을 돌아보게 해주시네요.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로 여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가님인데,,

시원하고 따뜻한 여름 이야기에 이어

눈부시고 따뜻한 겨울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외로웠던 나에게 찾아온 친구

외로웠던 나에게 말을 걸어준 친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듬뿍 나눌 수 있는 건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까요,,

눈아이와 아이..

소중한 마음만큼,, 소중히 기억하고 있던 아이의 모습들,,

눈아이의 밝은 미소에 마음이 포근포근해지는 그림책이었어요.

늘 함께 하지 못해도,,

언제 다시 만나도 반갑고 즐거운,,

바라만봐도 흐믓한,,

눈송이처럼 마음 따스해지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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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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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비밀도 털어놓을 수 친구가 나에겐 있을까?

그것이 설령 미친소리처럼 들린다 할지라도,,

반드시 말해주어야만 할 소중한 사람이..

손톱 밑에 새싹이 자란다,,

먼 행성에서 온 누브족의 후예로,,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이며

식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들과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다,,

실종된 선배 박원우가 사실은 선연산 땅 속에 묻혀있다는 것도 식물에게 들었다,,

마음이 겉돌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외계인에 표현한 책들은 많은 편이지만,,

청소년 문학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셨을까 궁금했다.

식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누브족인 나인이기에

실종된 선배가 땅 속에 묻혀있다는 것도,,

그 날의 장면들을 점점이 박힌 선으로 보았고,, 목소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외계인이라는 능력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그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가슴에 묻지도 못하는 아들의 전단지를 매일 붙이는 아저씨가 눈에 밟힌다.

교문 앞에서는 선생님들께 저지 당하고

경찰서 앞에서는 다른 형사들에게 등떠밀리며 박카스만 건네고 쓸쓸히 돌아서는 아저씨가...

어린 시절 직접 만났던 누브족을 다시 만나고 싶어 외계인 타령만 하다

친구들에게 미쳤다고 무시당하던 박원우가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나인.

미래와 현재의 비밀이 셋의 관계 속에서 나름의 고민이었겠지만,,

워낙 부피가 컸던 나인의 비밀에 비해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둘의 비밀이 예상과 달리 너무 풋풋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상당한 재력을 가진 자들의 악행을 흔히 봐와서인지

한 마을을 장악하고 있기엔 교회 목사와 대형 학원 원장의 영향력이 과연 그렇게 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인의 고민이 무색하게 외계인이라고 털어놓은 비밀에

"그래서 다른 건 없고?" 너무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인 미래와 현재가 과연 이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몹쓸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나인은 나인이다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놀랍기도 했다.

권도현이 친했고 의지했던 박원우가 제발 그만하라던 외계인 타령을 하다하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답답해서 더 화가났던 마음에도 공감이 가면서도,, 원우를 왜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안타까웠다.

원우를 무시하고 괴롭히던만큼 자신에게도 상처가 되었으면서..

계속 후회하고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인과 미래, 현재처럼 서로가 유일한 숨 쉴 곳이었던 원우과 도현이 엇나가버린 지금의 모습이 그저 마음 아팠다.

어린 원우와 도현은,, 라면을 먹으면서도 함께여서 그저 행복했었는데...

한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으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고 해도,,

겹겹히 은폐된 사건 속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

그렇지만 알아버린 이상 모른척 할 수 없는 나인의 선택들이

외계인도 지구인도 아닌,, <나인>이라는 존재의 증명이었다.

태어난 데 이유가 없다면 지금 당장 도로에 뛰어들어 차에 치어 죽어도 상관없지 않느냐던 미래의 말 속에도 화두가 있었었지만,,

태어남은 선택할 수 없으나

태어난 이상 어떻게 살아갈지는 나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어떤 세상의 비밀에 놓일지라도 자신은 자신이라는 것,,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가 잃지 않았으면 한다.

아홉 개의 새싹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인,, 그래서 나인은 기적을 뜻한다.

우리가 태어난 것은 기적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만들어갈 기적이며,,

우리의 소중한 사람은 내가 선택한 기적.

비밀은 없도록 하되, 비밀이 생기거든 비밀이 있다는 걸 절대 들키지 말자고 약속했으면서 지금 두 사람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 P20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커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 P28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세상이 뒤바뀐 것도 아니고 단지 모르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된 것뿐인데 그때부터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 P60

차라리 피곤하게 살래. 답답하게 사는 건 진짜 못 견디겠어 - P157

그렇지만 나이은 묻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나인이 묻지 않아도 분명 미래가 말해 줄 거 였으므로. 그게 언제가 되든. - P476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깐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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