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마음 - 뇌, 몸, 환경은 어떻게 나와 세계를 만드는가
앨런 재서노프 지음, 권경준 옮김, 허지원 감수, 권준수 해제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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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존의 독후감보다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다. 온라인에 감정을 배설하는 것을 지양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기록해도 될 것 같다.

나는 성인 adhd와 불안장애로 정신과를 방문하고 있다. 여성의 증상은 통념의 adhd와 다르게 내면으로 수렴하며 학업성취도가 나쁘지 않았던 탓에 청소년 시절 진단받지 못했다. 나는 어딘가 구멍이 나있어서 무엇을 채워넣어도 자꾸 빠져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실수가 잦은 나를 자책하고 미워하다가 이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후련함과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나의 본래 기질과 성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병의 증상으로 치환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많은 adhd인들이 그럴 것이다. ‘그럼 원래 나다운 것은 무엇이었지? 나는 결핍된 인간인건가?’

261P에 이러한 문장이 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증상을 뇌 질환으로 간주하게 되면 병리로 인해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을 비정상적이라고 비난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우리는 간이나 폐에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는데 왜 뇌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비난할까?’ ‘자신의 신체 기관에 질환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영혼이 오염되었다고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사람들이 눈이 나빠서 평생 안경을 쓰듯이, 손목이 아파서 파스를 붙이듯이 전두엽의 기능 질환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내 영혼은 온전하며 남들만큼 특별하다. 나의 기질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병의 증상이긴 하지만 성인 adhd 환자 100명을 모으면 100명의 인생은 모두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취향에 맞는 안경을 쓰듯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병과 함께 살아간다.

많은 뇌과학 책들 혹은 신경가소성 원리를 통해 자기계발을 권유하는 책들은 뇌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책은 뇌를 이상화하거나 신비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는 종종 뇌는 특별한 기관이라 여기며 뇌와 육체는 다른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저자는 뇌가 추상적이고 비유기적인 운용방식을 가지지 않으며 육체와 분리될 수 없고 인간 행동의 여러 특징은 뇌와 육체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결국 뇌는 곧 내가 아니다. 나는 만성적인 발목 염증인 것처럼, 시력이 나쁜 것처럼, 머리카락 숱이 적은 사람처럼 (…) 그만큼의 불편함이라 생각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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