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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평점 :
5만달러, 2프랑 20상팀, 4프랑 50상팀..
단순한 화폐의 단위가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돈이 아니라 돈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이다.
열정 없는 삶보다 강렬한 고독을 더 원하던 어머니의 부재,
증오의 대상이자 병이 매 순간 조금씩 갉어먹가는 아버지,
반쪽짜리 말만 하는 안, 짧고도 영원한 사랑을 꿈꿨던 앙투안..
어머니의 부재속에 성장하는 두 남매를 보며 행복만을 볼 수 있을까..
부부 사이는 지속과 확신을 행해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뜨거운 사랑과 환상에 빠져 운명의 방향을 잃거나
착각하는 경우를 앙투안은 직접경험한다.
그렇게 방향을 잃어가는 가족의 삶에서 조세핀의 걸음마와 말문을 보며
단란한 가족의 되려고 애쓰지만 일방적 사랑은 늘 고독과
상처를 남기며 앙투안의 주변을 맴돈다.
"사랑에 굶주리는 것보다 아예 금욕이 낫지. 사랑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어머니가 앙투안에게 한 말은 현실과 희망속에서 혼란의 바람이 되었고,
그 말이 앙투안을 조금씩 죽이기 시작한다.
집나가 다른 남자를 품에 안으며 자식을 찾지 않는 어미니.
우리 없이도 잘 지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던 앙투안.
그래서 자신도 잠든 어머니를 품에 안지 않고 데려오지 않는 기억..
가족과 자신의 삶도 희망으로 엮어가지 못하였고,
어머니는 먼저 떠난 쌍둥이 동생 안의 곁으로 쓸쓸하게 떠난다.
시간이 지나며 아버지를 닮아가는 앙투안은 자신의 부인에게도 버림받고,
심지어 자신의 딸은 버림받고 상처받는 비극적 삶을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총을 쏘지만 다행히 총알이 빗나가 턱의 일부만 날아간다.
자신을 삶을 포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죽음을 시도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앙투안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도 살인자예요"
'사랑도 살인자'라는 그의 말속에서 드러나는 그림자는 결핍된 사랑이다.
그가 성장하며 깨닫는 사랑은 줄 곧 결핀된 사랑이었다.
오직 상처와 쓸씀함뿐인 인생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는 그들의 인생이지만
앙투안은 호텔의 청소를 시작하며 마침내 악동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아가가게 되고,
멕시코에서 아르히날도라는 한 소년을 만나며 축구를 통해 소소한 기쁨과 나눔을 배운다.
그리고 아르히날도와 그의 누나 마틸다와 함께 온 힘을 다해 삶을 택하며 새로운 운명을 만난다.
그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삶을 택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 의미에는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한 감사만 있다.
행복만을 보았어야할 나이에 결핍과 분노를 배우는 어린아이.
기쁨과 사랑을 받았어야할 나이에 고통과 이별을 배우는 어린아이.
책을 읽는 내내 뇌리를 맴도는 행복의 의미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앙투안의 삶속에 있는 기쁨과 슬픔속에도 분명 행복은 존재하고 있었다.
- 털보네이터 teorbonator [뽀관]
책 속으로..
어린 시절의 꿈이 이루어지나 했는데
그땐 이미 내가 어른이 되었더구나.
돈은 아무것도 치유해주지 못했고 그늘만 드리웠지.
아들아, 절대 네 아버지 같은 남자는 되지 마라.
박력 있고, 강하고, 제구실하는 남자가 되라.
여자들을 휘어잡고,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꿈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령 네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도 해.
세상 모든 여자들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을 바라보며 사니까.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비겁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어느 독립기념일, 아리스티드 브리앙 광장에서,
초록 눈동자에 계속 머물러 있던 어머니의 시선에서?
자신의 눈동자 색을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을 접은 화학도의 한숨에서?
서서히 정신을 마비시키고,
날마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벽을 쌓게 만드는
박하 향 담배 연기 속에서?
자식이 홀로 크도록 내버린 손에서?
과연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부재, 날 때리거나
내게 거짓말하는 어른까지 갈 필요도 없어.
꼭 비극이나 피를 봐야 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하굣길에 선생님한테 들은 기분 나쁜 말 한마디,
애정이 담기지 않은 엄마의 입맞춤,
아무도 날 보고 웃어주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거야.
날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만 있으면 되는 거지.
나는 내가 비겁한 사람임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어.
어머니는 내가 남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참모습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날 내버려 두셨던 거였어.
어머니는 나름의 방식으로 초연함 안에서 날 사랑하셨던 거였어.
하지만 그땐 그걸 미처 알지 못했지.
레옹, 우리한테 부족한 사랑이 바로 이거란다.
우리의 엄마들.
사람들은 너한테 계속 헤쳐 나가야 한다며 같은 말을 쓸데없이 되풀이하지.
다 헛소리리야. 값을 매길 수 없는 특별한 걸 가질 수 있다고 얘기하지.
헛소리. 네 할어버지를 봐. 암에 걸려 속절없이 메말라가고 있잖니.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거야. 그냥 그렇게 조금씩 죽어갈뿐이이지.
보기 흉한 모습으로 쪼그라들겠지.
구겨진 쓰레기처럼. 아들아, 사람은 멈출 줄 알아야 한단다.
그게 우리한테 주어진 선물인 셈이지. 끝이 언제인지를 아는 것.
자신을 아끼고 당당히 손가락으로 욕을 날려.
더는 상처받지 않을 거라며 그들한테 외치라고.
침묵은 권총의 총알과도 같은 걸세.
결코 잠자코 있지 않아. 언제가는 파멸을 부르지.
아르히날도는 얼른 크고 싶어 하는데
난 그럴 때마다 여유를 가지라고,
어린 시절을 즐기라고 얘기해 준다.
어린 시절은 전쟁 없는 나라와 같다고.
어린 시절 역시 황량한 폐허가 돼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고 있지만,
난 아르히날도를 위해 그렇게 믿고 싶다.
예전에 조세핀과 레옹을 위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