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 세계명작베스트 100 10
염상섭 지음 / 두풍 / 1995년 3월
평점 :
품절


'세대 간 갈등'

모든 것이 개방화된 오늘날 이 말은 우리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이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와 보수적인 구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염상섭의 작품 '삼대'에서도 그 시대상 중의 하나로 드러나 있었다.

이 소설은 1920년대 서울 중구 수하동의 만석꾼인 조씨 일가의 삼대를 다룬 것으로써 식민지 체제 아래에서 한 집안이 어떤 의식을 지니고 몰락해 가는가를 사실적으로 파헤친 작품이었다. 그 시대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삼대>의 주인공은 제각기 문제점을 지닌 인물들로 할아버지 조의관은 봉건제도의 전형적 구세대 인물로 젊은 후처 수원집이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탐욕적인 인물이었다. 조의관과 자주 부딪히는 아들 상훈 역시 신문물과 기독교에 기울어진 신사이지만 애욕과 축첩의 이중생활에서 안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상훈의 아들 덕기는 선량하지만 적극성을 가지지 못한 인물이었다.

이 인물들 중에서도 특히 조의관과 상훈의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갔다. 봉건적인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조의관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개화기 지식인 조상훈 사이의 갈등... 이것은 단순한 도덕 문제라든지 가족 제도의 구습구관의 파기라는 부분적 노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사회적 의식이 깊어간 신구의 충돌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난 이러한 조,부,손 삼대 사이의 갈등을 볼 때 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 시대에 또 다른 갈등은 없었는가, 있다면 어떤 갈등이었을까?' 하며 그 시대를 상상했던 것이다. 그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 소설 속에는 또 다른 갈등이 있었다. 그것은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갈등이었다. 다름 아닌 '이념간의 갈등'... 이 소설은 배경으로 하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에 따른 갈등이 없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이념간의 갈등은 소설에서 병화와 덕기의 갈등으로 나타났다. 덕기와 병화는 젊은 지식인으로서 각기 다른 입장에 놓여 있고 다른 길로 가는 인물이다. 덕기는 잘 사는 집안출신이었고 병화는 집을 나와 살고 있었기에 병화는 덕기를 만나기만 하면 '부르주아' '가진 자' 운운하며 비꼬곤 했던 것이다. 이렇듯 서로 설득도 하고 비꼬기도 하고 밀고 당기는 친소 관계가 계속되면서 주의자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갈등'이란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조의관과 조상훈 사이의 갈등처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조덕기와 병화 사이의 갈등처럼 이념의 갈등, 그리고 사회주의자들과 식민 통치 당국 사이의 대립과 같은 사회적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덕기가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분명 갈등의 현장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안정과 조화를 찾아 나가는 모색 장소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듯이, 갈등을 일으키는 양쪽에서 조화와 안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면 이 사회의 갈등은 한층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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