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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ㅣ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6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배지훈.최세진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없다.... 왜냐하면 전부 잘 쓰기 때문이에요....
작품을 어느 정도 읽으면 특히 잘 쓰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10권 중 6권을 읽은 후 든 생각은... 이 사람 정말 무엇이든 잘 쓴다였어요
간간이 나오는 개그마저 재미있어서 질투가 날 정도였습니다 ㅠㅠ ㅋㅋ
아래로는 작품의 간단한 소개를 적어봤는데요!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노력했지만
주인공의 이름이나 간단한 배경, 발췌 내용이 나오니 참고해서 열람해주세요!
~ 이하 작품 소개 ~
<다른 시간>
교수가 말을 걸었다. "왜 이 수업을 신청했나, 하워드?"
"에스텔과 같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이것뿐이었습니다."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17페이지)
(극단적으로 짧게 요약하자면)
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변의 대학원생들을 보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교수님 말씀은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요
이 소설의 초반 부분을 읽으며 '아, 그게 이런 상황에서 하는 이야기인가?' 싶은 마음에 조금 웃었어요
아무리 교수님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학생이 된 입장에서 '이 교수님 어디 이상한 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더라고요
다섯 학생 중 하워드만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네 명의 학생은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시간 여행을 떠나지만
오직 하워드만이 어디도 가지 못하고 교수님 옆에 붙어 떠난 친구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적당할지 모르겠는데 신비로운 느낌의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윌슨은 자기 방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의심할 이유가 없었고, 그 반대로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할 이유는 많았다. 그는 한 번에 몰아서 졸업 논문을 완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이 방 안에 자신을 가둬두고 있었다. 제출일이 내일인데 어제까지 논문의 제목만이 정해져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57페이지)
주인공 윌슨은 논문을 쓰느라 바쁜 상황입니다
<다른 시간>의 주인공도 그렇고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의 주인공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에 심하게 이입해버려서 조금 곤란했어요 ㅠ ㅠ ㅋㅋ
정작 중요한 내용은 이게 아니지만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논문 작업에 빠져있던 윌슨은
자신의 방에 모르는 누군가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 남자는 자신을 조라고 소개하며 '시간 관문'을 통해 윌슨의 방에 들어오게 된 거라고 설명하는데요
믿기지 않는 이야기인 건 둘째치고, 집에 낯선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죠
낯선 자는 손을 뻗어서 윌슨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윌슨은 주먹을 날렸지만 신통치 않았다. 소포 배달 속도만도 못한 주먹이었다.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64페이지)
약간의 소동 끝에 윌슨이 시간 장치를 통과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글을 읽으며 생각난 국내 소설이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제목을 쓰기가 조금 그렇네요 ㅠㅠ
정말 짜임새 있게 쓰여진 글이라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금세 읽어버렸습니다 ㅎ.ㅎ)9
<잃어버린 유산>
그들은 작은 모래시계를 세워놓고 3분 동안 독한 초록색 비누로 손을 박박 문질렀다. 그리고 문을 걸어 들어가자 말이 없고 유능한 간호사들이 그들에게 가운과 장갑을 입혀줬다. (......) 두 사람은 수술 장갑을 낀 손을 마치 실타래를 들고 있든 높이 든 자세로 안내를 받으며 유리문을 지나 3번 수술실로 들어갔다.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130페이지)
장면 자체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섬세한 묘사가 너무 좋아서 발췌해 봤어요!
주인공 헉슬리는 자신이 아는 학생이 투시 능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어떤 계기로 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 연구해보고 싶지만 학교측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크게 낙담합니다
헉슬리가 시무룩해 있던 그 순간, 클럽으로 헉슬리의 친구 코번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수술이 필요한 자동차 사고 환자가 있으니 시급히 와달라고 하는 연락이었습니다
코번은 헉슬리까지 데리고 수술실에 들어가는데요
(여담이지만 이 부분에서 어라 이거 문제 되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수술실에 누워 있는 환자가 헉슬리가 말한 투시 능력을 가진 그 학생, '후안 발데스'인 걸 발견하게 됩니다
후안 발데스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는데요
수술 이후에 투시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수술할 때 제거한 뇌의 일부는 뇌의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위라고 알려진 부위였는데 말이죠
코번과 헉슬리는 여러 가설을 세우고 해당 일에 대해 더 깊게 연구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하인라인 특유의 개그는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쭉 이어져요
수록된 세 작품의 분위기가 전부 달라서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
표제작인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가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요
제일 취향인 작품은 <다른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인상 깊었던 문장 인용해 주시면 슬쩍 읽어봐야겠어요
리뷰가 책을 고르시는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