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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궁둥이 삐리, 조선 최초의 신부를 만나다 - 2021 문학나눔 선정 ㅣ 바람어린이책 14
양자현 지음, 어수현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6월
평점 :
2021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읽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조선 최초의 신부이고 올해가 탄생 200주년이라 하여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쓴 위인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김대건 신부와 그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삶의 철학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당패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겨우 얻어먹고 살던 말뚝이는 높이 달린 외줄을 타면서 재주를 부리는 '어름사니'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 아이이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그곳을 뛰쳐나와 도망을 가게 되고, 도착한 곳은 천주교 신자들이 사는 마을, 김대건 신부의 집이었다. 신분제도가 있던 그 시절, 너무나 낯설게도 자신을 높여주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는 김대건 신부를 만나게 된다.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에 놀라고 겁을 먹기도 하지만 그들을 돕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 그들을 구하기도 한 말뚝이는 김대건 신부의 말한마디 한마디에 용기를 얻게 되고 결국 꿈을 이루게 된다.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지만 말뚝이가 김대건 신부를 만나고 변하는 과정이 흐뭇하게 느껴졌으며 둘 사이의 우정과 각자의 고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리라 생각한다. 천주교 신자들의 고난을 생각하면 자칫 어두운 내용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종교를 떠나 인물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짝꿍둥이라는 컴플렉스로 줄타기가 쉽지 않았던 말뚝이,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자신의 컴플렉스를 스스로 극복하여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