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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장 큰 죄를 지었나? - 라 퐁텐 우화, 흑사병에 걸린 동물들
장 드 라 퐁텐 지음, 올리비에 모렐 그림, 김현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평점 :

17세기의 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우화 <누가 가장 큰 죄를 지었나?> 머리에 붕대를 매고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사자, 그리고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동물들의 모습이 꼭 사자를 정죄하고 있는 뉘앙스를 풍긴다. '사자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본다.
분노한 하늘이 죄 많은 세상에 벌을 주기 위해 흑사병을 터트려 하루아침에 지옥을 가득 채울 만큼 동물들의 모습을 앗아간다. 세상은 온통 공포에 휩싸인 어느 날, 사자는 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죄를 먼저 고백한다. 법관인 여우는 사자의 죄 고백을 옹호한다.
"폐하 당신은 훌륭한 왕이십니다. 폐하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지나치게 고결한 성품 때문입니다." 영악한 동물로 손 꼽히는 여우가 법복을 입고 사자 폐하를 옹호하는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 최대 이슈인 사법 농단과 오버랩된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큰 죄는 누가 지은 걸까. 수도원의 풀밭을 지나전 길에 배가 너무 고파 풀을 조금 뜯어 먹었다고 자기의 죄를 솔직하게 고백한 당나귀, 이 말을 들은 동물들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너도 나도 당나귀에게 소리를 지르며 엄청나게 큰 죄라며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당나귀를 가장 큰 죄인으로 만들고 그 죄인 앞에서 모두가 분노한다. 남의 죄가 커야 내 죄가 작아진다. 과연 당나귀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가장 큰 죄를 지었을까?> 이 그림책은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인간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힘과 권력이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 말해준다.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무엇일까? ,가장 큰 죄를 지은 사람을 찾아야 흑사병이 멈출 것이라는 사자의 전제는 옳은 것인가?, 사자와 여우 앞에서 동물들은 침묵하고 동조했을까?, 죄의 경중은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글 밥이 작아 유아나 초등 저학년 그림책 같아 보이지만 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질문과 토론하며 하브루타하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