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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가 쓴 이순신 이야기 ㅣ 천천히 읽는 책 28
신채호 지음, 이주영 글 / 현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한 대로 단재 신채호가 쓴 <수군의 제일 거룩한 인물 이순신전>을 이주영 작가가 요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써놓은 책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장군 이순신. 그러고 보니 이순신 하면 '난중일기'가 먼저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이순신의 이야기를 듣고 본다. '칼의 노래' '징비록''명량' 등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지만 생각해보니 이순신의 전기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이순신의 이야기를 보면 원균과 선조에 대한 원한을 갖게 만드는데 그것은 '이광수가 쓴 이순신'이야기 덕분(?)이란다. 이순신의 이야기는 이광수와 신채호가 각기 다른 관점으로 썼는데 신채호가 이순신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얼마나 애썼고 여러 장수와 백성들이 힘을 합쳐 왜적을 물리쳤는가에 집중했다면 이광수는 이순신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원균과 조선 정부가 얼마나 나쁜가에 초점을 두고 썼던 것이다. 그러니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신채호의 책은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고 가지고만 있어도 감옥 가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이광수가 쓴 책은 권장도서까지 넣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신채호는 독립운동가였다. 이광수는 친일파였다. 같은 사람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썼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광수가 쓴 이순신을 읽으면 입게 되는 해가 있는데 독자 자신을 이순신과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옳고 나를 비방하는 사람은 원균과 조선 정부처럼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게 만들고 내가 하는 모든 결정이 하늘의 뜻이라 믿게 된다는 것. 이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독재가가 된다. 바로 그 전형을 박정희가 보여준다. 박정희도 이광수의 이순신 이야기를 읽고 영향을 받았기에 자기 마음대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민을 억압했던 것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가 신채호의 이순신에 영향을 받았다면 우리의 역사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으리라.
임진왜란 때 왜적들은 적의 머리를 베어 온 수대로 공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머리를 운반하기 무거워 코와 귀를 잘라갔다. 살아있는 사람의 코와 귀까지 잘라 갔다고 하니 그 잔악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전통(?)은 진나라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적군의 머리를 베어 공을 인정받았었는데 이순신 장군은 적군의 머리를 벨 시간에 활을 한 번이라도 더 쏘는 것이 옳다며 옳지 못한 전통을 없앴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이순신의 개혁적인 면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이순신과 달리 원균은 바다에 죽은 왜적의 시체를 건져내어 목을 베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다.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종교 중에 남녀 호랑 개교(?)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현대에 불교에서 나온 이단 종파인 줄 알았는데 우리 고려 시대 때부터 일본에 그 종교가 있었다고 한다. 원과 고려가 일본을 쳐들어 갈 때 일련이라는 스님이 후지산에서 일본을 구해달라고 주문(?)을 외우며 기도했는데 그때 두 차례 태풍으로 원과 고려군이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 그 일련이 만든 종교가 바로 '나무묘호렌게쿄'다 이 종교가 일제 침략 시기에 조선을 침략하는데도 앞장을 섰다니...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 수 있다.
신채호가 쓴 이순신 이야기를 보면 이순신은 자신의 영욕을 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과 함께 싸운 병사는 노비일지라도 전사자 명단에 장계를 올리고 직접 제문을 써서 위로했다고 하니 백성과 부하들을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모함에도 나라를 위해 다시 백의종군하며 다시 전쟁터로 나갈 수 있었을까. 자신의 자존만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독립운동가이면서 민족 사학자이신 단재 신채호를 통해 이순신 장군을 새롭게 만나보는 시간이 된다.
옛날 글말 체라 요즘 아이들이 읽기에 다소 어색함이 없지는 않지만 책을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이라면 책 읽는 맛이 더 새롭게 느껴질 것 같다. 100년 전에 쓰던 옛날 글말체를 살리는 것이 신채호의 마음을 느끼는데 더 도움이 되겠다. 책을 음미하듯 천천히 읽으면서 모른 단어들을 찾아보는 것도 독서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