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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사랑의 힘』, 박서련
"우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사랑을 같이 펼쳐요."
"살갗 아래 남는 사랑 이야기는 소슬했고 끝엔 따뜻했다."
이 이야기들은 낭만적이지 않다. 어떤 면은 서늘하고 또 어떤 면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것들이 완전히 부정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에는 좀처럼 낭만이 깃들지 않는다.
서늘한 기운이 오래 머물고, 이해는 번번이 한발 늦는다. 그럼에도 끝에 이르면, 그것을 끝내 밀어내지 못하게 된다. 붙잡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감정이었지만, 몸 어딘가에 남은 흔적들이 조용히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려 들지 않았고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을 보여준다.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만, 그로 인해 생긴 변화는 몸 어딘가에 남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로로마'라는 미생물의 판타지 안에서 사랑을 하고 얻는 그들의 대가는 우스워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우리는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로 인해 달라진 자신을 통해 그것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니까.
하나하나의 단편을 따라갈수록 사랑은 하나의 방향을 잃는다. 한 사람을 향해 곧게 나아가기보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 그리고 여러 관계들 사이에서 겹치고 어긋난다. 어떠한 사랑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남긴 흔적이다.
인류 역사상 사랑보다 오래 유행한 게 있을까? -11p
사랑이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자고, 우리가 쉴 때도 사랑은 잠들지 않고 지치지 않아요. 사랑은 언제나 사랑을 하는 사람 자체보다 위대해요. -243p
사랑은 끝내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고, 우리는 그 잔여를 더듬으며 뒤늦게 의미를 부여한다.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감정들은 이미 사라졌으나 그것이 남긴 미세한 균열과 변형만은 고스란히 현재에 머문다. 한때 스쳐간 것에 불과했던 감정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의 일부였음을 증명하듯.
우리는 사랑을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에도 사실은 그 이후의 변화를 통해 그것을 되짚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정은 지나가지만 감각은 남고, 그 감각은 다시 삶의 결을 조금씩 비틀어 놓는다. 그러므로 사랑은 경험되는 것이기보다, 이후에 재구성되는 어떤 것에 가깝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통과하며 남긴 흔적들이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랑은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끝내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현재를 갱신하는 힘에 가까운 것 아닐까.
이 소설들의 주인공은 어디까지 사랑하게 될까.
이 소설들의 주인공은 어디까지 사랑하게 될까.안쪽에서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사랑보다 오래 유행한 게 있을까? - P11
사랑이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자고, 우리가 쉴 때도 사랑은 잠들지 않고 지치지 않아요. 사랑은 언제나 사랑을 하는 사람 자체보다 위대해요.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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