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싱고(신미나)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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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마음 시툰/싱고/창비교육

 

시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문장에 무슨 뜻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문장을 읽었을 때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소년 마음 시툰을 읽다 보니 상황에 딱 맞는 를 보면서 시가 이런 건가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시가 있었어? 이 시가 정말 좋은데 하는 생각을 하였다.

청소년 마음 시툰의 주인공은 김잔디와 해태라고 할 수 있다. 잔디는 서울로 전학온 학생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격는 말수가 적은 아이이다. 경복궁에서 우연히 만난 영물 해태와 친구가 된다. 해태는 천상계의 승격 시험에 번번이 낙제한 영물인데 천상계로 가려면 시심(詩心)을 키워야 한다. 해태는 잔디에게 시심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

시심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입어보는 게 아닐까?”

잔디의 대답을 듣고 놀랐다. 연필의 마음, 지우개의 마음, 구름의 마음이 되어 보는 것.

그러면서 김에서 밥까지라는 김준현 시인의 시를 제시한다.

내 이름이 왜 김밥이야?

 

내 안에는

파삭한 김과

따뜻한 밥과

맛있는 햄과

(중략)

 

 

내 이름에 김이랑 밥만 있으면

햄이랑 달걀이랑 시금치랑 단무지랑 우엉이랑 오이랑 당근이

얼마나 서운하겠어?

 

정말 상황에 어울리는 시여서 좋았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보는 김밥을 보고 이런 재미난 생각을 하다니, 시인의 마음은 달랐다.

 

잔디가 예지와 싸웠을 때 호연이가 이런 말을 해준다. 은행나무 열매가 구린내가 나는 것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니, 너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고.

 

독은 아름답다는 시 1연만 봐도 얼마나 놀라운지.

 

은행나무 열매에서 구린내가 난다

주의해 주세요 구린내가 향기롭다

 

주인공 잔디가 성장해 가는 모습과 해태가 시심을 배우는 모습이 따뜻하다. 여러 편의 시들이 등장하지만 시툰 장면과 어울려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이렇게 좋은 시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시를 안 좋아한 것은 좋은 시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이 시툰은 좋은 시들을 만나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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