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자살 사건 철학이 있는 우화
최승호 지음 / 달아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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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이 책은 "시" 보다는 "우화"에 가깝게 느껴졌다.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었는데, 여러 생명체의 삶 혹은 삶의 한 조각을 담아놓은 것 같았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피식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한편,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나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짧지만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할미꽃" 이야기가 있다. 봄에 무덤 속 망자에게 활짝 핀 꽃을 보여주고 싶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할미꽃.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다.

"빵가게 주인"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이 깊었다. 자신이 만든 빵을 자신과 동일시 하는 제빵사는 빵에 대한 손님들의 불평을 본인에 대한 불평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빵가게 주인은 가게를 접었고, 한 손님이 빵이 맛있다는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떤 진지한 사람들은 자신과 하는 일을 동일시 하곤 한다. 그만큼 소중하고 진심인 것이겠지..? 그런 많은 사람들이 빵가게 주인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장미" 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올씨가 길을 걷다 한 표지판을 보게 되는데, <들길을 걷다 들장미를 보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라는 글이 써있다. 다올씨는 걷는 동안 들장미를 보려 애썼지만, 보지 못했고 얼마나 그 생각에 집중을 했는지 몸에서는 들장미 향기가 풍겨나온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는 다올씨가 정말 순수하다는 것이다. 표지판의 내용을 믿고, 끝끝내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 이야기의 내용이 삶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예고없이 생겨나게 된다. 다올씨가 들장미에 관한 표지판을 보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업이든, 혹은 다른 형태로든 그것의 의미를 인생을 살아가며 만들어간다. 다올씨의 몸에서 꽃향기가 난 것은 그가 "들장미"를 찾는데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눈사람 자살사건>은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을 딴 책이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어 한 작품만으로도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삶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보고 싶을 때 다시 한번 펼쳐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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