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
내가 소설 속에서 만난 캐릭터 중에 가장 답답하고 끔찍했던 사람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주인공 앤서니 웹스터다.
아는 건 단편적 사실 조각, 그나마 자기 마음대로 해석, 또한 자기 편의대로 판단하고 더 생각하거나 알아보기 귀찮으니 쉽게 결론 내버린다. 남의 인생 후려 처서 자기 멋대로 결론 내린다.
그렇다고 작가 줄리언 반스가 바보일까? 천만에. 작가는 대단히 치밀하게 구성하고 배치했다.
1부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학교 친구.
”마셜은 신중한 성격의 천치이되, 진정한 무지가 갖는 독창성조차 결여된 타입"
”혼란이 있었습니다." … "거대한 혼란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작가 줄리언 반스는 바보의 내면이 궁금했었나 보다. 그리고 그 내면을 성실하게 상상하고 아주 완곡한 어법으로 풀어냈다. 경멸을 전혀 내비치지 않으면서.
'나도 앤서니 웹스터처럼 생각하는데'하는 사람에겐 대놓고 바보라고 한 셈이다.
줄리언 반스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시전한 것 아닌가.
노작가가 세상의 바보들에게 보낸 조롱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