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
정재서 지음 / 푸른숲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멋있는 제목과 디자인이 대번에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읽은 후에는 기대를 접어야 했다. 저자의 연구는 매우 존경할만 했다. 처음의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뜻일 뿐이다. 이 책이 나의 기대를 저버린 이유는 이렇다.

도교와 문학 - 서로 상상력으로 통하니 문학의 관점에서 도교를 이해하면 쉽게 이해된다고 하더니 어렵기만 했다. 나는 어려운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자체는 별문제 아니다. 그런데 문학을 통해서 이해해서 더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준식의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에 나오는 도교 해설은 정말 쉽다. 문학을 통해서 이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생각에는 도교를 보다 쉽고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문학을 통한 이해가 아니라 단지 저자가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교 해설보다는 문학적인 영향에 대해서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학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도교가 막아주고, 도교에 대한 이해부족은 문학(?)이 막아주고, 이렇게 해서야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포박자와 태평경의 저자(들)에게 문학은 별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문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의 산물이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다만 영향을 남겼을 뿐이다. 문학을 통해서 도교를 보고자 하는 것은 저자의 한계이지 능력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저자나 편집자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하는가? 제4장 도교의 위상과 의의는 책의 내용 이해를 위해서는 가장 앞부분에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도 맨 뒤에다 두었다. 거짓말을 하고 싶은 저자(혹은 편집자)의 마음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얄팍한 상술에 기댄 책이라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이런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 기대할 만한 저자와 출판사라서 이런 말이라도 하고 싶다. 또 한 번의 실망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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