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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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들의 입을 막았을까.

왜 남성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의 순종을 강요하며 카운터라는 낱말 제한 족쇄를 채웠을까.

함께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모든 일들에서 여자들을 배제하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능력에 따라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몫을 해나가면 되는 것인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여자의 노동력을 가정에만 묶어두려니 세상에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밖에.

그래서 1년여 간, 언어를 잃은 채 유폐된 듯 살아가던 언어학자 진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정부의 사람들이 찾아 왔을 때, 그녀는 그 기회에 그들의 제안에 바로 응답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이 주는 기회가 아니라, 그녀가 어떻게 다시 세상에 맞서 세계를 다시 찾을지에 대한 모험의 시작이 될 테니까.

설정이 황당하다 싶었지만, 사실 세상이 개벽하듯 바뀌는 것은 어쩌면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가 정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느껴진다. 이야기 속 진의 후회처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끈채 나의 삶에만 몰두하다보면 정말 세상에 내가 묻혀 버릴 수도 있겠다 싶다. 진은 다시 세상을 찾았지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시라는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그러니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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