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일반판 1~4 세트 - 전4권 - 박해영 대본집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지음 / 오브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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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군요. 대사를 외울정도로 다시 보고 다시 봤지만 곁에 두고 펼쳐보고 싶었어요. 드라마 같지 않은 일상 다큐 같은… 마음 한 켠이 예약해둔 여행티켓 가지고 있는 기분입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예상보다 빨리 나와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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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오롯한 나만의 시간은 없어지고 함께 자고, 밥을 먹고 한다.

뭐든 함께이다. 원초적이 되어간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아이들의 연령에 맞는 생활리듬에 익숙해졌다고 해야하나... 뭐 그렇다.

하지만 두 아이만 키울때에는 내 시간을 어떻게든 가져보려고 애썼다. 꼭 그렇게 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놓는 것도 없고, 완전이 얻는 것도 없는 느낌. 아이들과 있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워하고 혼자 있을 때에는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그러면서 온전히 푹 담그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었지만.. 요새는 그냥 같이 같은 생활을 한다. 세 아이가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좋기도 하다. 지금은 아이들과 온전히 푹 빠져 지내다가 그래도 무엇인가.. 기억하고 생각하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다듬어가고싶다.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세상을 만났을 때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엄마, 아이들에게 걱정거리가 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들의 휴식을 반가히 맞아줄 수 있는 여유로운 엄마.. 차 한잔을 건네며 무슨일이 있었니? 라고 물으면서 조바심 내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싶다.

작가도 되고 싶다. 뭔가 글을 써놓지 않으면 매우 중요한 느낌과 추억을 흘리고 다니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더이상은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이제야 쓴다. 엉덩이를 붙이고 한가지에 진득히 몰입해보고 싶은 충동이, 결심이 이제는 생겼나보다. 젊어서의 열정과 생기가 이제는 내면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 받아 줄 사람이 더 많았던 시기에는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많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과 분노가 내 안으로 들어올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아이들이 말이다.

연륜에 맞는 성품은 꾸준한 성실로 자리잡는 듯 하다. 나무가 그렇듯이.. 거기에 묵묵히 가만히 있어주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내가 찾고 싶은 사람은 변화무쌍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차 한잔 마시면서 그 간의 일들을 소소하고도 차분하게 풀어놓고 싶은 사람이다. 대화의 끝에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

성숙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그런 구수한 만남을 기대할 수 없다. 성숙해지고 싶다. 매일 매일 성장하고 싶다.

요즘 권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난 성장배경 때문인지 몰라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싶으면 존경하고 잘 따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음속에서부터 그를 하대한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바깥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매우 교묘하다. 얼마 전 이런 교묘함이 있음을 타인으로 부터 듣게 되었을 때.. 낯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나는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였다. 다른 사람이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웠다. 그렇게 이틀을 앓다가 생각했다.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다. 그게 내 약점이다. 바닥을 치면서 올라가는 기분은 상쾌했다. 오히려 내가 이런 사람이라 생각하니 고쳐야 할 부분이 명확해졌다. 좀 미흡한 사람이라할지라도 그 권위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편안함은 또 뭔가? 아직까지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의 일까지도 내 일이다 생각했다. 그러니 뭐든 함께 하려고 하면 짜증이 났다. 내가 그 몫까지 다 한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분이 그 일을 좀 더 잘하시리라 믿는다. 잘 하실 수 있도록 기도도 한다.

나의 어린시절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지 못했으니 부모님은 늘 나의 염려와 걱정의 대상이 되었다. 어른이라 하기엔 부족한 연약한 두 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무얼 도울 수 있었을까? 나의 무거운 짐을 이제야 내려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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