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깔깔대며 웃게 만드는 책을 읽었다. TV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송작가 강이슬의 좌충우돌 우여곡절 이야기이자 이 세상의 초보자를 위한 ‘내리초보사랑’이다. 작가가 얼마나 자주 흔들리고 넘어지는지,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는 일을 했는지 샅샅이 파헤친 이 책이 또 다른 초보들에게는 위안이 된다. 자신의 운전면허 취득, 책 출간, 수영, 채식, 일에 도전하고 이어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가볍게 풀어냈는데, 글 속의 작가가 유쾌하고 불도저 같고 글 자체도 시원시원 재밌게 쓰셔서 책 한 권을 쾌속 질주하듯 읽어내게 됐다. 다 읽고 나니 ‘행복이 뭐 나쁜가’라고 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이되어 어렸을 적 약국에서 산 500원짜리 텐텐을 한 입에 몽땅 털어 넣은 기분이 됐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인 작가와는 다르게, 필자는 미리 걱정하고 시작하기로 마음먹는 데만 몇 주 내지는 몇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완전 딴판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게 더 재밌었고 신기했다.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광기어린 눈빛을 하고 낄낄거릴 수 있는 멘탈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띄엄띄엄 나오는 채식 이야기를 보면서는 살아있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고, 고기를 완전히 안 먹지는 못해도 되도록 덜 먹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금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스스로가 가장 믿을 구석이 되도록 도전하는 게 멋있었다. 상처받고 슬퍼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털어내는 건강한 마음을, 고민하다가도 ‘낙관의 힘’으로 자신을 믿고 도전하는 대담함을, 완벽하게 잘 하려는 마음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서 결국 잘 해내는 용기를 닮고 싶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의 글을 읽다보면 스스로에게 필요한 마음의 모양이 보인다.

작가는 세상이 모든 초보들에게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필자도 같은 마음이다. 늘 시작이 너무 어려워서 남들보다 주저하고 겁냈기에 그런 다정이 얼마나 사람을 위로하고 나아가게 하는지 안다. 짜증과 미움과 질타보다 응원과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이 삶에서 진짜 멋진 어른이었고, 그들의 말은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 힘들 때 필자를 일으키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인생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다음의 시작이 조금 덜 힘들 수 있었지 않을까. 경험으로 또 이 책으로 ‘자신이 겪고 배운 배려와 사랑을 다음 초보에게 베풀어주고, 다음 초보가 그다음 초보를 사랑하고 그 다음 초보는 그다음 초보를 사랑하는, 그런 아름다운 ’내리초보사랑‘의 세상(243p)’에 있음을 실감한다.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받은 응원과 배려만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게 공부든, 일이든, 자취든 뭐든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줄여주고 긍정적인 힘을 줄 것이다. 자취 2일차, 걱정이 취미인 필자도 작가의 낙관의 힘 덕분인지 조금은 될 대로 돼라 마인드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는 중이다. 무엇이든 초보가 된 우리들에게 무조건적인 응원과 찬사는 귀하다. 그 무한한 빠이팅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을 뼈대로 책 출간, 수영, 채식, 일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로 살을 붙여 만든 구성이다. 딱히 어두운 이야기 없이 긍정적이고 유쾌한 응원이 담긴 책인데, 무조건 심각하고 깊은 이야기를 해야만 좋은 책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다. 글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통통 튀는 에너지가 표지에도 잘 드러난 것 같다. 색도 원색과 그에 준하는 색을 많이 쓰고, 내용의 뼈대가 되는 운전면허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운전면허장의 노란 차와, 제목과 연상되는 히어로를 그려 넣어 표지에서도 발랄함과 유쾌함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차분한 표지를 선호하는데, 이 표지는 글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신학기 시즌에 맞춰서 나온 만큼 입학하는 사람들이나 필자처럼 자취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홍보하면 괜찮을 것 같다.


/
33p.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이다.

106p.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궁금함이랄지 후회보다는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구나’ 깨닫고 포기하는 쪽이 훨씬 명쾌하다는 걸 알았다. 후회를 안 하는 방법에는 ‘끝까지 잘하기’도 물론 있지만 ‘일단 해보고 미련 없이 포기하기’도 있었다. 나에게는 ‘포기’도 성과였다. 뭔가를 시도했으므로 얻어낸 결과인 것이다.

186p. 그동안 자신에게 지나치게 야박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잘 해내고 싶은 일 앞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며 ‘셀프 야박’을 주지 말자고, 그러니까 못 하는 이유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이유’를 끈질기게 탐색하자고 나 자신과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