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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ㅣ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는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화로 옮긴 책이다. 만화는 시리즈물로 1편은 인류의 탄생, 2편은 문명의 기둥, 3편은 인류의 통합, 4~5편은 과학혁명을 주제로 한다. 해당 도서는 2편으로 '농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문명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의 부제를 달고 나왔다. 필자가 읽은 감상을 더붙여 이 책을 소개하자면 '생각보다 재밌고 쉬운데 은근히 병맛이기까지 한(?) 인류사 속 농업과 문명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종강 직후의 체력으로 하루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않을까.
총 4개의 목차로 나뉘어 있는 구성인데, 첫 번째 목차에서는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이 노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두 번째 목차에서는 넓은 개념의 신화를 설명하며 법, 인권, 신, 국가, 기업 돈 등의 상상의 질서를 통해 문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목차에서는 그런 상상의 질서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방법, 네 번째 목차에서는 카스트 제도나 기존의 남성우월주의같은 잘못된 상상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인간사회의 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은 통해 뻔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허구'라는 문명의 특성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책에서 농업혁명과 문명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필자가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농업혁명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과, 문명의 형성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필자가 여태 봐 온 농업혁명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농업으로 인해 인류의 식량 공급이 더 수월해지고 정착생활을 하며 문명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관점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농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고,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 다양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었던 수렵채집생활에 비해 농업이 시작된 후로부터는 탄수화물만을 주로 섭취해서 인간에게 영양소가 더 부족해졌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농업을 위해 모여 살게 되면서 전염병이 돌게 되었고 더 잘 살기 위해 노동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책 속의 캐릭터인 사라스와티 생물학 전문가를 통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독립선언문>을 다시 분석하는데, 기존의 독립선언문과 수정한 독립선언문의 비교를 통해 인간이 평등하다거나 존엄하다는 것은 모두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허구임을 깨닫게 한다.
요약하자면 '기둥을 세운 조상들에게, 그리고 더 나은 조상이 되어야 할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빅 퀘스천을 던지는 책이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 낸 질서 중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지배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많고,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아 더 나은 조상이 되어야 함 함을 시사하기 때문에 <사피엔스>가 이 시대의 필독서가 된 것 같다. 만화로 구성되어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지만 전달하는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아서 좋았다. 추천사에도 '아직도 그 유명한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다면, 원작의 핵심만 추려 새롭게 나온 만화 버전을 추천한다'는 언급이 있는 것처럼, 필자 또한 원작을 읽는 데 진입장벽이 높아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이 책을 계기로 원작 읽기에도 도전해 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