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포를 이야기할 때 헌신을 이야기하는 것, 모두가 혐오를 이야기할 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모두가 단절을 이야기할 때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 이제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신속·정확’ 이런 것보다도, 어쩌면 ‘휴머니즘·인간애·상생의 지혜’ 이런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저자인 박주경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책에서도 언론사 기자이자 앵커로 일하며 자신이 접한 사회의 각종 사건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휴머니즘을 얘기한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가 발병한 뒤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며 여기까지 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인간애에 초점을 둔 이야기, 2장에선 분노를 유발했던 사건·사고들에 대한 이야기, 3장에선 상실에 대한 이야기, 4장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 꼭지의 끝에 저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두어, 여러 사건·사고를 통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 있다.
책에서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소개하지만, 그를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람 때문에 고통 받지만 사람 덕분에 산다는 것이었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며 적대와 혐오도 만연해졌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을 구원하려는 손길도 많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잠입취재를 통해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대학생 시민기자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 자원해서 출장을 와준 여러 의료진들, 그 외에도 홍수나 화재현장에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서 준 여러 시민들까지. 이런 사례를 통해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들이 도움과 손길이며, 지금까지 그 덕에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야가 조금 넓어지니, 재난의 상황만 직시하느라 차가워진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책에서 언급한 사건·사고는 모두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필자가 잘 몰랐던 사건들이 꽤 많았다. 학교생활에 치여도 뉴스는 종종 보는 편이라 나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사회에 일어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느꼈다.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필자처럼 사회에 더 관심을 갖고.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저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결집한 이 책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돌봄과 구원이 일상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인용> - 우리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도움으로 얽히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고 한 번은 누군가를 도왔고 혹은 도움을 등에 업고 살아왔다. 이것이 하나의 DNA처럼 우리 핏줄을 타고 흘러왔을지도 모른다. (35p)
- 용기에도 여러 종류의 용기가 있겠지만, 무서운 상대와 맞서 싸우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자신의 오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이다. 그러므로 참회와 고백에 적극적인 사람은 진짜로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77p)
- 지금 우리 시대에는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구조적, 환경적 요인들이 너무나 많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것들도 일종의 사회적 재난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그것이 대중이 겪는 보편적 증상으로 자리 잡으면 그때는 사회 공동의 질환이 되기 때문이다. (114p)
- 모든 재난재해는 어느 한 가지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 여러 병폐들이 쌓이고 맞물리다가 어느 임계점에 이르러서 극단의 형태로 분출되는 것일 테다. (135p)
-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귀하게 여겨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 수준을 떠나, 구석진 곳에서 이 사회를 ‘돌봄’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우리는 지금이라도 귀함을 깨우쳐야 한다. (295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