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 넘겨짚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71가지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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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통계자료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 국가, 기계•설계•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숫자의 의미와 맥락'을 통해 현실을 파악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에게는 '통계자료로 보는 지대넓얉' 같은 느낌이었다.

저자 말처럼 '깊고 넓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빌 게이츠가 평한 것처럼 '가장 방대하지만 가장 쉬운' 책이다. 읽기 전에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 봐 겁먹을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매 주제마다 통계자료가 나올 뿐이며 그 통계자료도 저자가 모두 분석해주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71개의 글이 서로 큰 관련성이 없어서, 순서대로 읽지 않고 그때그때 읽고 싶은 부분을 뽑아 읽기 좋다. 다만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통찰력을 제공할 정도로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더 알고 싶은 주제라면 따로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겠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딱 적당한 깊이다.

처음에는 '인간의 기대 수명은 정점에 이른 것일까?' '왜 실업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을까?' '전기 자동차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같은 주제에 관련된 통계자료는 제시할 수 있어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그 말에 대해 반 정도는 공감하게 됐는데 이 책이 더 나은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더 나은 뱡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트리거(trigger) 역할은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 분야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는 GDP가 아니라 유아사망률'이라는 꼭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GDP가 높다고 모두 잘 사는 게 아닌 이유는, 계층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도 한쪽 집단이 정말 잘 살면 GDP는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아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의료 수준, 위생적인 생활 조건, 취약 가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 이용 및 접근에 유지되는 사회 기반 기설, 소득, 정부와 개인의 적절한 지출에 근거한 조건을 겸비하지 않고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강력한 지표가 되는 것이었다. 나라의 복지 수준을 파악하려면 그 나라의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면 된다는 말이 이제서야 완전히 이해가 됐다.

유아 사망률에 관한 꼭지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서 인상 깊었다면, 공감할 수 없어서 인상 깊었던 꼭지도 있다. 환경 분야의 '왜 인류세라는 명칭이 시기상조일 수 있는가?'라는 꼭지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대'의 기간이 표기된 통계자료를 활용해 각 시대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텀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로 판단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달에 읽은 『지구를 위한 변론 』과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티핑 포인트에 관한 여러 자료를 본 나로서는 2040년에 지구가 1.5도의 티핑 포인트를 넘겨 망하게 생겼는데 도대체 무엇을 천천히 서두르라는 건지 되묻고 싶었다.

이처럼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통계자료를 보며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또 의문을 가지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이다. 숫자나 통계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 마주하게 되는 숫자라는 벽 하나만 넘는다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통계 분석에 익숙하거나 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숫자를 통해 세상의 흐름 이면을 읽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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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힘든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18p. 이런 놀라운 숫자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되고, 그 결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를 폭넓게 고려하게 된다. 개별적인 숫자이든 복잡한 통계자료의 일부이든 수많은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과학적 문해력과 수리 감각이 있어야 한다.

407p. 생각이 곧장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어떤 생각이든 힘을 얻으려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런 객관성을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숫자이고 통계자료다. 때로는 수학적 계산을 해낼 수 있어야 하고, 통계자료를 왜곡하지 않고 앍어내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지식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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