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에서 태어난 정자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고, 태어난 날에 아버지가 심은 오동나무처럼 단단하고 곧게 자랐다. 일제시대 일본 순사에게 강제로 끌려가지 않으려 혼인날 처음 만난, 세상에서 가장 못난 신랑과 결혼을했다. 광복을 했지만 곧 전쟁이 일어나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여주지도 못한 채 피난을 해야했고, 인천에 도착해 담배장사며, 두부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고 허름한 집도 마련했지만 어느날 남편이 아파 하늘로 떠났다. 그 후 아이들을홀로키우며 살아왔다. 또 다른 여자아이 월순은 결혼해 다섯아이를 낳고 병으로 남편을 잃었다. 바느질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고 그중 남편이 예뻐했던 둘째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 그 손주를 보려고 딸네 집에 간다. 손주에게 주려고 만든 옷도 챙기고 딸 먹일 미역도 챙겼다. 정자와 월순. 둘은 아들과 딸의 결혼식에 처음만나 손주가 태어난 날 만나는 게 두번째다. 두 여인의 발이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두 여인의 삶은 태어난 곳도 살아온 곳도 다르지만 왠지 닮은 듯하다. 이 두여인의 관계가 어떠한가는 책을 마지막즈음까지 넘겨야 알 수 있다. 색깔은 없지만 집마당에 핀 수국도 여자 아이들의 맑은눈빛도 다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피난가는 배 안의 사람들의고난도 보인다. 표정 하나하나도 세심하게 그려 그림만으로도감정을 읽을수 있다. 멋진 그림과 풍파가 느껴지는 인생이야기가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어르신들께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서평단활동으로 책을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