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4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부희령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최근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가정폭력이 견디기 힘들어서 자살, 가출을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책 같다. 처음에 볼 때는 일반 청소년 소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점점 흥미로워져갔다. 한 편의 범죄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 소설의 제목처럼 '프리키'가 아닌, 프랭키이다. 책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제목이 왜 프리키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프리키는 프랭키의 또 다른 자아이다. 프랭키는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성폭력을 당할 뻔 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굉장한 용기와 힘이 솟아오르는 경험을 한다. 프랭키는 용기와 힘을 가진 또 다른 자신을 프리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후로, 부당한 상황이나 불의를 볼 때마다 프리키가 나타난다. 프랭키처럼 우리에게는 우리 내면의 프리키가 있다. 하지만 프리키를 숨기면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힘들 때, 혹은 필요할 때 마다 프리키를 꺼내어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프리키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중인격자라고 하면서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지키려면 프리키를 내보내야한다. 만약 소심한 사람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본 모습만 계속 비춘다면 그는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프랭키의 아빠는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예전에 스포츠 스타였던 사람이고, 프랭키의 엄마는 조용한 성격이다. 그래서 그 둘은 성격차이로 결국 별거를 하게 된다. 처음에 프랭키의 엄마와 아빠는 프랭키에게 별거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 둘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프랭키의 엄마는 혼자 사는 집에서 자기만의 생활을 즐기면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프랭키의 엄마도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어했지만 터무니없는 이유로 프랭키의 아빠는 프랭키의 엄마에게 양육권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실종이 되고 가족 모두는 슬픔에 잠긴다. 프랭키의 꿈 속에 엄마의 집에 있던 닭장식품이 나와서 엄마의 집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프랭키는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프랭키의 엄마를 죽인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실을 부인하던 프랭키였지만, 일기장을 본 후에는 경찰에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진술하게 된다.

만약 프랭키의 엄마가 프랭키처럼 위기의 상황에 또 다른 자아가 나와서 아빠와의 갈등에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대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폭력이 아닌, 가장 가까운 자신의 남편에게 당한 폭력이다. 그만큼 사랑했고, 그래서 더 신고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남편을 신고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프랭키의 엄마는 결국 맞고 살았던 것이고 그것이 끝없이 이어져 결국 프랭키의 아빠는 프랭키의 엄마를 죽이게 된 것이다.

내 주위에는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하는 사람도 없고, 본 적이 없어서 가정 폭력이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물론 이것도 소설이라서 픽션이 많이 첨가되었겠지만,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가정폭력, 더 이상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피해자는 아무리 친한 사람이여도 신고정신을 발휘해야 자신이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약 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

신약 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 : 약학 ㅣ 주니어 대학 5
김선 지음, 이경석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신약 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 는 처음 레몬기사단 미션을 시작했을 때 받은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다고?' 와 같은 시리즈의 책이다. 그때는 3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서 곧 나오게 될 4권, 5권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이번 미션 도서가 주니어 대학 5권 시리즈에 해당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번 책은 내가 관심 있어 하던 신문 방송학에 관한 책이어서 흥미롭게 봤었는데, 이번 책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약학에 관한 책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다고"보다 따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니어 대학 시리즈의 특성상 평소에 궁금해했던 질문을 잘 끄집어내는 책이어서 일반 학과를 알려주는 책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깜짝 놀랐던 것은 옛날에는 사람이 아프면 머리를 뚫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감기에 걸려서 머리가 띵 하고 아플 때 머리를 그냥 뚫어버리고 싶다! 라는 생각한 적이 있다. 옛날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고대 시신을 발굴하면 몇 구의 시신은 머리뼈가 뚫려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머리뼈를 뚫으면 사람은 죽지 않을까? 머리가 사람에 있어서 중요한 기관이고, 그런 기관을 뚫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마 아파서 머리뼈를 뚫은 사람 중 머리뼈를 뚫다가 죽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나는 약을 잘 안 믿는 편이다. 병원에서 약을 타와도 며칠 먹다가 그만두는 편이고, 심하게 아프지 않으면 그냥 약 먹지 않고 참아버린다. 예전에 약을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겨서 결국 2개 먹고, 3개 먹고 하다가 몸에 약이 듣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후 그런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쯤에 있는 질문코너에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는 게 좋은가요?'라는 질문이 있다. 감기약은 단지 증상만을 줄여줄 뿐, 감기를 낫게 하거나 앓는 기간을 줄여 주지도 못하다며 감기약을 먹지 않고 푹 쉬는 것이 감기를 낫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약을 먹지 않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약 안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빨리 약 먹으라며 나를 꾸짖고는 했었는데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때도 있다. 말라리아나 결핵 같은 경우 원인이 밝혀져 있는데도 불구하고(물론 내성을 가진 세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생기는 병이라서 제약회사들은 약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을 만들기까지 많은 돈이 투입되고, 그 돈을 약값으로 보상받는 것은 잘 알지만, 제약회사들이 힘을 합쳐서 한 개의 약을 만들고 시중에 제공하면 각각의 제약회사마다 조금의 손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의 제약회사가 책임으로 약을 만들라고 지시한다면 어떤 제약회사도 만들려 하지 않으려 하므로 이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나는 천성이 문과여서 한 번도 약학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번 책은 나에게 있어서 다양한 지식을 얻게 해주었다. 예전의 나였으면 보지도 않았던 그런 지식을 접하니 새로웠고,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전문적 지식을 콕콕 집어서 얘기해주니 더욱 호기심도 생기고 이해도 잘 된다. 친구 중에서 약학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는데, 당장 책을 사도록 권유해줘야겠다.

파이어 크로니클

파이어 크로니클 ㅣ 시원의 책 2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3년 3월

수학여행을 갔다 온 이후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번 책은 시리물 중 2번째 편이라며 이해하기 다소 어렵다고 생각될 것 같은 사람은 다른 책으로 바꾸면 된다는 이메일을 보래 달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얼른 날짜를 확인해보니 이미 요청기간은 끝난 후였고, 책이 배송완료가 끝난 이후였다. 시리즈물의 2번째를 먼저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 겁부터 났고, 이 책 시리즈물의 1권을 살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배송된 책이 왔을 때 그 책의 페이지 수를 보고 그냥 2권을 빨리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어서 학교 다니면서 읽기에 조금 벅찼다. 학교의 쉬는 시간, 등교, 하교 시, 잠자기 직전의 시간을 짬을 내서 1주일이라는 긴 사간 안에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우려했던 만큼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아니었고, 2권부터 읽어도 사건의 연결성이 아주 좋았다. 이 책 내용의 전개상 아틀라스(시간의 책)는 케이트가 발견했다. 이번 생명의 책은 둘째인 마이클이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마이클이 크로니클의 주인공이지만, 만약 내가 크로니클의 주인공이었다면 크로니클을 사용할 수 있을까? 크로니클은 다치거나 죽은 사람을 낫게 하거나 살릴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여태까지 살면서 겪은 감정들도 같이 겪어야 한다. 잠깐이지만 그 사람과 내면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정말 밝고 착한 사람이 심하게 다쳐서 크로니클을 썼지만,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은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라면 그 사람을 전처럼 대해 줄 수 있을까? 그것이 두려워서 난 크로니클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

케이트는 아틀라스를 잘못 써서 100년 전의 과거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케이트는 라피라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라피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라피는 100년 후에 케이트와의 적이 될 '다이너 매그너스'였다. 그것을 알게 된 케이트와 라피는 서로 좋아하고 있음에도 더더욱 다가가지 못했다. 케이트는 라피와 함께 도시를 탈출하다가 마법 세계를 싫어하는 시민의 총에 맞게 된다. 라피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이너 매그너스에게 데려간다. 라피는 그동안 다이너 매그너스를 피해 다녔지만, 결국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걸어가게 된 것이다. 케이트를 위해 자신을 포기한 라피가 너무 멋있었다.

마이클과 케이트가 서로 다른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마이클과 케이트의 이야기가 한 개씩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마치 드라마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끊기듯, 이 책의 한 과 한 과도 가장 궁금하고 재미있을 때 끊겨서 책이 야속하기도 했다. 2권을 다 읽은 지금 꽥꽥이가 어떤 존재인지도 너무 궁금하고 1권에서 다이너 매그너스와 케이트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서 1권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읽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아몬드 초콜릿 왈츠

아몬드 초콜릿 왈츠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0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2년 4월

책표지를 처음 보자마자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책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는 곳을 보니까 클래식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책이라는 설명을 보고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주로 클래식보다는 대중가요들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래식이라는 그 느낌은 너무 딱딱했기 때문에, 그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도 딱딱할 것만 같았다. 그런 불안감을 가진 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전혀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정말 책 표지처럼 이야기 한 개 한 개가 모두 톡톡 튀고 귀여웠다. 3개의 이야기 모두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다. 내가 가장 공감이 가고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어린이는 잠잔다.'였다.

'어린이는 잠잔다.'에서는 아키랑 형을 중심으로 그의 사촌들이 여름마다 2주씩 모여서 별장에서 지낸다. 하지만 교, 도모아키, 나스, 자가마루는 모두 아키라 형보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 무조건 아키라 형이 최고여야만 하고, 아키라 형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한다. 그런 아키라 형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보다 남이 그것도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보면 너무 질투가 났던 내가 떠올랐다. 나도 사촌들에게 내가 시키는 대로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내가 시키면 애들이 내 말을 잘 듣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또 거기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키라 형은 마지막에 서로의 오해를 다 풀고 좋게 끝났다. 아키라 형이 의무적으로 시켰던 클래식 음악을 왜 듣는 지까지. 진짜 너무 따뜻한 책이어서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가라!"이다. 사실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사티 아저씨가 했던 말이라서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답답하고 장래가 어두워서 아무것도 못 할 것만 같은 나에게는 마법 주문같이 들렸다. 주변 신경을 크게 쓰지 않은 사티아저씨가 너무 부러웠다. 학업과 친구 사이에 서 있는 어지러운 고등학교 2학년에게는 주변 신경을 쓰지 않는 사티아저씨는 책을 읽는 내내 행동 하나하나가 롤모델로 삼을 만했다. 물론 너무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지금 현재 나의 상황으로서는 두 귀 딱 틀어막고 가만히 내 갈 길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몬드 초콜릿 왈츠의 노랫말에는 '오늘도 내일도 빙글빙글 뱅글뱅글 지쳐서 쓰러지면 먹혀 버려요.'라는 노랫말이 있다. 얼마나 고민이 없어 보이는 노랫말인가! 빨리 고통의 시간이 지나서 빙글빙글 뱅글뱅글 지칠 때까지 고민 없이 살아가고 싶다.

나의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클래식을 듣는 것을 매우 지겨워하고 클래식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항상 대중가요만 듣고 클래식 모음집은 절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3개의 클래식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의 정경', '골드베르크 변주곡', '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를 들으면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책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학하고 머릿속이 싱숭생숭했던 3월 초 '아몬드 초콜릿 왈츠'는 봄처럼 따뜻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베타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어떤 대상에게 느낄 수 없다고 노예처럼 취급하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물론 요즘도 몇몇 사람들은 동물들이 느낄 수 없다고,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동물 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감정이 없는 '사람'들을 노예취급 하는 사회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었다. 내 예상과 같이 그곳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클론'들을 자기가 원하는 곳에 쓰고, 막 대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들을 매우 당연한 듯이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클론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도 어떤 불만 없이 그 일만 할 수 있도록 복제되었다. 그런 사회에 적응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오히려 당연한 것 일 수도 있다.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고, 자신이 아무리 일을 시켜도 전혀 불평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를 누리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편의를 위하면 다른 사람의 일을 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 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지아는 클론 중에서도 잘못 만들어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디펙트'이다. 클론 사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인 '사랑'도 느낀다. 엘리지아는 자신이 좋아했던 타힐의 집에서 1주일 동안 머물게 된다. 그 1주일 동안 엘리지아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된다. 타힐도 자신과 같은 10대 클론 중 한 명이던 것이다! 타힐은 부모님께서 돈도 많으시고, 이 마을에 와서도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길래 클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진짜 타힐은 파도타기 중에 죽었고, 자식을 또 잃기 싫었던 타힐의 부모님께서는 자기 아들은 사람들 몰래 클론으로 만들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예전에 읽었던 또 다른 책 '파랑피'가 생각났다. 그 책에서도 자신의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뇌 일부분만 남겨두고 복제인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파랑 피의 주인공 제나는 자신이 복제인간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과 타힐은 감정을 느낄 수도 없고 자신이 복제된 것을 안다는 그 차이뿐이다. '파랑피'를 읽었을 때나 '베타'를 읽을 때나 내 느낌은 비슷했다. 섬뜩했다. 물론 부모님으로서는 자기 자식을 잃는 것이 싫을 것이다. 하지만 엄격히 따진다면 진짜 자기 아들, 딸도 아닌데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조차 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인간 복제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인간 복제에 대해서 완전히 반대하고, 이 책처럼 감정을 하나도 넣지 않고 복제하여 노예처럼 부린다면, 더더욱 반대다. 이 책이 진짜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인간 복제를 시행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만 연구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