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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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인의 첫 산문집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연재되었던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의 원고 일부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시인의 시를 오래 좋아했고 타인의 감상을 읽는 일을 좋아하는 나는… 도무지 이 책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책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무언가 나와 영영 같아질 수 없음을 실감하는 순간에서 발생하는 슬픔과 맞닿아 있다고 책의 말미 시인의 말에 적혀 있는데, 이런 깊이 있는 사유와 문장이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더욱 슬프고 아름답게 읽힌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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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이라며 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일러주지만, 황인찬 시인의 시론을 슬쩍 엿보게 되다니…. 나에게는 이 책이 읽는 기쁨이었네. 2010년대 이후 출간된 시집을 위주로 읽어 온 나에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시대와 주제 면에서 스펙트럼이 제법 넓게 느껴졌다. 잘 알고 있는 시도, 시인의 이름마저 처음 접한 낯선 시도 있었지만 황인찬 시인의 감상과 함께 곱씹으면 모든 시가 고르게 좋았다. 한 권의 책으로 몰랐던 좋은 시와 멋진 시인을 손쉽게 알 수 있다니.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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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작품들 자체도 무척 수려하지만, 시를 소개하는 황인찬 시인의 산문 덕에 책의 울림은 깊어진다. 산문 속의 문장들이 도리어 너무 아름다워서 슬퍼지기도 했다. 어떤 시가 왜 탁월한지, 이 시를 읽고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슬픔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마음이었는지. 이 책은 그런 것들을 나보다 시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 다정하게 해설해주는 책이다. 평론보다는 친숙하고 주접보다는 고상하다고 하면 좋을까? 아주 어렵고 전문적인 언어로 쓰인 시론은 아니라 쉽게 읽히면서도, 시인의 풍부한 어휘와 통찰이 읽는 내내 나를 충만하게 했다.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고작 ‘짱…!’ 정도의 감상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전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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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시를 찾기란 정말 힘들다. 시집은 수천 권이 쌓여 있으니 대체 어떤 것부터 읽어봐야 할지 막막하고, 읽는다 하는 타인의 추천에만 기대기에도 무리가 있다. 시를 읽고 느끼는 정말이지 미묘한 감수성의 영역인데, 그건 아무리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 해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없음이 시라는 갈래의 커다란 진입 장벽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좋은 시의 세계로의 입문이 되리라 믿는다. 검증된 큐레이션, 수록된 작품의 다양한 스펙트럼, 이런 시는 이렇게 읽으면 깊이 느낄 있다고 조곤조곤 알려주는 산문까지. 입문자뿐만 아니라 시를 많이 읽는 독자들에게도 분명히 반갑고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꼭지가 그렇게 길지도 않아서 오고 가는 시간에 읽으며 현실을 잠시 환기하기도 좋다. 표지에 적힌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사처럼 시를 어렵게 느꼈던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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