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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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lackLivesMatter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큰 이슈가 되었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경찰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사건 때문에 미국 경찰은 '인종 차별에 기인한 과잉 진압'이라는 이미지로 나에게 처음 각인되었다. 아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우리나라 경찰의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할 텐데, 하물며 미국 경찰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한 조직의 구조와 문화, 그들만이 공유하는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의학 드라마나 수사 드라마처럼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없는 치열한 일상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TV 시리즈가 흥행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최성규의 「총과 도넛」은 이런 점에서 무척 흥미롭고 유익하다. 저자가 3년 동안 시카고에서 직접 머무르며 관찰하고 조사한 미국 경찰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화에 기반한 에세이는 아니지만, 미국 경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지에 대해 책은 꼼꼼히 설명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우리나라와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었다. 땅덩어리의 면적, 인구의 규모와 인종적 구성,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마약과 총기의 합법화 여부까지 모든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느꼈다. 이렇게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 위에서 공공 안전을 위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많은 것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이런 차이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그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미국 경찰이 발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화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떤 선진의 기준으로 삼아 무조건적으로 동경하곤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런 실체 없는 환상이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그 현실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미국의 문화와 맞닿아 발생하는 미국 경찰만의 특수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미국의 경찰은 부업을 하는 것이 상당히 흔한 일이라고 한다. 제복을 그대로 입고 순찰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학교의 야간 경비를 서는 등의 일에 종사하여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민원이 발생하고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을 것이다. 이런 일이 흔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찰들은 승진에 무조건적으로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경찰로서의 승진은 부업에서의 인건비 상승을 뜻하는데, 이로 인해 부업에서 실직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약과 총기, 인종 차별이 사회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국가에서 일하는 경찰의 고단함에 대해서도 실감하게 되었다. 마약은 미국 사회에서 너무 흔하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뽑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 자체로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차적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총기 사건은 또 어떤가. 총기 사건에 투입된 경찰들이 심각한 PTSD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알게 되기도 했다. 인종주의는 사회 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 내에서도 수많은 병폐를 만들며 비극적인 사건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도 조금 더 높아졌다.


내가 소개한 내용은 책의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다. 누구보다 책을 명료하게 설명한 저자의 머리말의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미국 경찰을 칭찬하려는 것도 아니고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화면에서 접하는 영화 같은 화려함보다 생활 속에서 접하는 진짜 미국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중략)
30년차 경찰이다 보니 미국 경찰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국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화려함을 보면 부러움과 자극을 받게 되면서도 그 민낯에서 우리가 모르던 우리의 강점을 알게 되어 자신감도 얻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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